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7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2022' 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문제, 에너지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국가간 위기를 심화시키고, 경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인다"면서도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 성장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 변화에 따른 압박이 크지만 중국 경제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시진핑 주석이 올해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10년 임기' 관례를 깨고 당 총서기 3연임이라는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한 토대로 내세우고 있는 공동부유(共同富裕)에 대해서는 "공동부유 추구는 평등주의가 아니라 (부유층과 기업이 가진) 파이를 더 크게 만든 다음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를 통해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밀물이 모든 배를 밀어 올리면 모든 사람이 개발에서 공정한 몫을 얻게 될 것이며 개발 이익은 더 실질적이고 공평한 방식으로 모든 인물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농간, 지역간, 빈부 격차를 줄이고 '다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共同富裕)가 안 그래도 위기에 처한 중국의 경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방어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같은 주장이 '허풍'과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연 8.1%의 성장률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던 2020년 2.2%라는 극(極) 저성장과 비교한 기저효과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해 진짜 8%가 넘는 높은 성장을 한 것이 아니라, 2020년의 너무 낮은 성장률 덕분에 약간의 경기 반등에도 통계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2021년 4분기 GDP가 전년 같은 기간 보다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충격이 남아있던 2020년 2분기 3.2%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2020년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1분기 -6.8%라는 역성장을 기록한 뒤,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부터 경기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분기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18.3%까지 급등했지만, 2분기 7.9%, 3분기 4.9%, 4분기 4.0%로 급격한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지표를 살펴보면 경제 성장의 3대 엔진인 수출, 투자, 소비 중에서 소비 부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1.7%로 전달의 3.9%보다 낮아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에 실업률은 전망치 5.0%보다 높은 5.1%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은 올해 GDP 성장률을 5.3%로 예상하고 있지만,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각각 4.3%와 4.9%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 성장률 5%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더욱이 골드만삭드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강력한 봉쇄 조치가 올해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보다 0.9%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인민은행은 국가통계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 4.0% 발표 직후,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2.95%에서 2.85%로 0.1%포인트 낮췄다. MLF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유동성과 금리를 조절한다.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내린 것은 2020년 4월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향후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지급준비율 인하나 유동성 공급, 인프라 투자 등이 상반기에 집중 될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계는 명확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4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리기는 어려운 탓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중국의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갈 수 있다.
중국 경제의 위기는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경제가 매끄럽게 굴러가지 못하는 것이 직접적 원인이다. 공급 지연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비용이 대폭 증가했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에 따라 핀테크, 게임을 비롯한 성장 산업에 중국 정부가 강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것도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IT, 사교육 등의 분야에서 규제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중국이) 성장 에너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우며 중국 정부에서 기업에게 더 많은 사회 공헌을 하도록 유도하면서 텐센트를 포함한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헌납(?) 했다. 중국 정부는 또 사실상 사교육을 금지시켰고, 미성년자가 평일에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게임은 매주 금요일, 주말, 휴일에 하루 1시간(오후 8~9시)만 할 수 있다. 같은 ID로 음원을 중복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팬클럽 활동에 따른 소비를 제한하기도 했다.
빈부격차의 원인을 은연 중에 고소득층에게로 돌려 손쉽게 서민들이 지지를 얻어내려는 시진핑 정권의 규제 일변도 막무가내 정책이 기업의 활력을 빼앗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이미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 회사에 대한 대출을 억제하는 것 또한 중국 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제2의 헝다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부동산 기업들이 개발용으로 불하받은 토지 면적이 전년보다 15.5%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GDP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경제 전체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사실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는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출생률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가능케 했던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옛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미·중 패권 경쟁 와중에 미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진영은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재편한다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1천62만명(국가통계국 발표)이다. 대기근으로 충격을 받은 1961년 949만명 출생 이후 가장 적은 숫자이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말하는 출생률 역시 지난해 0.752%(7.52명)를 기록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전체 인구는 48만명 정도 늘었지만, 전년 204만명 증가에 비해 4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중국의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노인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최대 강점이었던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도 중국 수출 비중을 줄여나가는 등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고도 성장을 지속하며 세계 패권 국가로 우뚝 설 것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시진핑 주석과 함께 꾸고 있는 한국의 굴중종북(屈中從北) 세력들도 이제는 '현실'을 바로 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키워드: 중국몽(中國夢)=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2012년 공산당 총서기에 선출된 직후,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의미하는 중국몽의 실현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진핑 시기의 대표적인 통치 이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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