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법원이 심신장애 인정한 형사사건 극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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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이혜랑 판사 논문 “대부분 조현병 등 정신질환 앓고 있는 남성”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이후 심신장애를 앓고 있는 범죄자를 향한 사회적 공분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구지법 현직 판사가 관련 주제로 발표한 논문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 인식과 달리 법원이 심신장애를 인정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가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혜랑 대구지법 판사와 최이문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가 올 초 공동 발표한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4~2016년 선고된 형사 1심 판결 가운데 심신장애와 관련된 판례는 모두 1천597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499만 건 중 0.03%에 불과했다.

특히 법원이 피고인의 심신장애를 인정한 사례는 305건으로 관련 판례 5건 중 1건에 그쳤고, 전체 형사사건 중에선 0.006%로 극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신장애를 가진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 305건 중 살인은 69건이었지만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2년 간 16건에 그쳤다. 살인 사건 피해자는 가족이 절반에 가까운 35건을 차지했고, 지인인 경우는 19건이었다.

심신장애를 인정받은 범죄자는 남성이 279명(91%)으로 여성(26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신장애 사유로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209건(68.5%)으로 가장 많았고 지적장애 48건(15.7%)과 알코올 의존증 22건(7.1%)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정신장애는 축소하고 유리한 정신장애는 과장할 수 있는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며 "피고인이 심신장애에 대한 입증책임을 질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관련,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경감해선 안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23일 동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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