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유치 경쟁 벌이다가 불법체류 늘자 여권 뺏는 대학들

외국인 유학생 6년 만에 77% 증가…불법체류도 덩달아 늘어
출석율 감시하거나 여권 압수한 뒤 귀국 항공편 예약 증명 내라 요구

해마다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학들이 유학생의 도주나 불법체류를 막겠다며 여권을 돌려주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대구경북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1만1천412명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국적이 4천457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3천778명), 우즈베키스탄(640명), 몽골(542명), 기타 국가(1천995명) 등이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전국에 14만5천298명으로, 2013년 8만1천847명에 비해 77.5% 증가했다.

이는 일부 대학들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난을 해소하겠다며 경쟁적으로 유학생 유치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로 분류돼 교육부가 정해놓은 학과별 정원에 상관없이 등록금 수입을 올릴 수 있는데다,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적용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경북 한 전문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유학생 유치에 나서고, 현지 사설 유학원은 수수료 수입을 올리려고 학력 수준이나 어학 능력 등을 무시한 채 마구잡이로 학생을 모집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면서 유학을 불법체류의 통로로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유학(D-2)이나 비학위 일반연수(D-4) 비자로 국내에 들어온 불법체류자는 2013년 7천762명에서 지난해 8천321명으로 7.2% 증가했다.

올 들어 6월까지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외국인 유학생도 3천1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882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불법체류율이 10%를 넘는 대학은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올해도 4년제 일반대 8곳과 전문대 4곳, 대학원 대학 3곳 등 대학 15곳의 비자 발급이 제한됐다.

이처럼 감시가 심해지자 유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던 대학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출석률이 낮은 학생을 따로 관리하거나, 여권을 받아둔 뒤 귀국 항공편을 예약해야 돌려주는 식이다.

최근 경북 한 전문대도 베트남 유학생 5명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을 돌려주지 않았다가 말썽이 일기도 했다.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장은 "불법체류를 막는다며 여권을 압수한 뒤 귀국 항공편을 제시해야 돌려주는 건 유학생들을 잠재적 불법체류자로 취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학생 체류와 관련된 행정절차가 많아서 임시로 여권을 받아두었을 뿐이다. 돌려주지 않거나 압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관계 당국은 대학의 여권 보관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령 상 명확하게 불법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외국인 여권을 '취업에 따른 계약 또는 채무이행의 확보수단'으로 제공받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법령 상 '취업 계약, 채무이행'만 규정돼 있어 대학의 유학생 여권 확보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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