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께.
평창동계올림픽 주무장관으로,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뉴스를 통해 평창올림픽 남북공동입장 때 '한반도기'를 사용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반도기'의 정치적 의미를 떠나, 장관님처럼 단어나 문장 사용에 심혈을 기울이는 문인의 입장에서, '한반도'란 단어가 과연 어떤 역사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뉘앙스를 풍기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반도'의 사전적 의미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에 이어진 땅. 대륙에서 바다 쪽으로 좁다랗게 돌출한 육지"입니다. 영어로는 'peninsula'라고 합니다. 영어의 어원은 'almost an island'로 '거의 섬과 가까운 땅'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반도'(半島)란 말은 한자의 의미로 보면 '반쪽 섬'이란 뜻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육지와 한쪽이 붙어 있는 것이 어떻게 '반쪽' 섬입니까? 이미 섬을 염두에 두고 지은 말이 아닐까요?
한자 '반'(半)은 전체의 반이라는 계량적인 개념이기도 하지만, '모자란다'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반편이: 지능이 보통 사람보다 낮은 사람' '반풍수: 서투른 풍수' '반치기: 가난한 양반 혹은 쓸모없는 사람' '반심: 할까 말까 하는 마음 혹은 진정이 아닌 마음' 등등의 낱말이 '반' 자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반도'도 혹시 부정적인 의미를 강조하려는 저의로 만들어진 용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러한 의심을 품은 사람이 저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독립기념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문건을 검색했거든요.
"…'한반도'는 일제가 한국을 멸시하고자 만든 왜색용어다. '일본지리사전'은 "육지가 바다에 돌출하여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부분, 특히 조선반도가 그 좋은 보기"라고 하여 유독 한반도를 강조했다. '반도' (Peninsula)란 용어는 일제가 메이지유신 후 이른바 그들의 '본도'(本島) 에 예속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였다. 자기들이 살고 있는 곳은 내지(內地) 즉 '온 섬'(全島)이고 한국은 섬도 못 되는 반 섬, 즉 섬의 하위 개념인 변방으로 비하시키고자 하여 '반도'라고 명명하였다…."
과연 이 주장이 진실일까요? 그래서 저는 1900년대 이전에 '반도'라는 말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는가를 찾아보았습니다. '한국고전종합 DB'를 다 뒤져도 우리 문헌 원문에는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더군요. 우리 조상들은 우리 영토를 해동(海東), 동국(東國), 청구(靑丘), 진단(震檀), 계림(鷄林), 근역(槿域) 등으로 불렀습니다. 접역(鰈域)이란 좀 특이한 별칭도 있습니다.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땅이라는 말인데, '한서 교사지'(漢書 郊祀志)에서 유래한 말로 정조 임금도 '일성록'에서 "'아국개재접역'(我國介在鰈域): 우리나라가 접역에 위치해 있어"라는 문장에서 사용한 바가 있습니다. 고산자는 자신의 필생의 역작에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다산은 자신의 지리서에 '아방강역고'(我邦疆域考)라는 이름을 붙였지요. '반도'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1920년대의 신문 기사에는 '조선반도'(朝鮮半島)란 단어가 엄청나게 많이 나옵니다. 위 주장이 진실 혹은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요.
이런 유력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반도'기라는 말을 사용해야 할까요? 평창올림픽에 참석한다고 한 아베 총리의 조상이 지하에서 깔깔거리지 않을까요?
이제부터라도 다른 이름을 붙여 불러야 합니다. '한마음'기도 좋고, 세계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용어인 '코리아'기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한반도'기는 아닙니다. 시인인 장관님께서 혜량하시리라 믿고 필을 놓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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