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한국 근현대사 굴곡의 아이콘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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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아 청년아 우리 청년아/ 이기훈 지음/ 돌베게 펴냄

'청년'은 요즘 어떻게 불릴까. 새로운 용어 몇 가지를 살펴보자. 취업난에 '백수'와 '백조'(여성 백수)로, 직업을 얻더라도 불안한 고용에 '88만원 세대'로 불린다.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경제 및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이들은 '찰러리맨'이다. 어린 아이를 뜻하는 차일드(child)와 급여생활자를 가리키는 샐러리맨(salaried man)의 합성어다.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늦어져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씁쓸한 용어 '청년실신'도 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 '삼포 세대'다.

이처럼 청년 세대는 이후의 장년'중년'노년세대에 비해 돈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낮고, 그래서 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적은 것으로 흔히 인식된다. 과연 그럴까. 청년들 없이 우리 근현대사는 진전될 수 없었다. 단적으로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월 혁명'을 주도한 것은 대학생들이었다.

이 책은 청년 개념의 변천사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읽는다. 역사는 왜 청년을 필요로 했고, 청년은 어떻게 역사를 만들었는지 살펴본다.

이전까지 청년(靑年)은 한자어 그대로 '젊은 시절'의 의미로 쓰였다. '젊은이'를 뜻하는 청년은 근대에 도입된 개념이다. 이후 민족의 자립을 위해 역할을 부여받은 세대가 바로 청년이었고, 이내 갈라선 좌익 및 우익 진영은 서로 청년을 내세워 이념 경쟁을 펼쳤다. 해방 이후 제주 4'3사건 때 양민을 학살한 서북청년회와 여순사건을 진압한 대한청년단 등 이른바 '반공 청년'들은 국가 폭력을 대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또 다른 청년들은 민주화 운동을 펼쳤다. 1970년대에는 청바지와 통기타로 대표되는 청년문화 붐이 일며 엄숙한 국가주의에 대한 문화적 저항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즉, 청년은 지난 근현대사의 굴곡마다 늘 '아이콘'으로 부각됐다.

'다시 말하거니와 장래의 세계는 청년의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의 조선은 조선 청년의 것이다.' (독립운동가 여운형'청년에게 보내는 말'1936) 일찌감치 선구자들은 청년을 사회의 미래로 여겼고,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다. 생각해보자. 요즘 청년들이 기성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사회는 과연 이전보다 나은지, 그리고 지금의 청년들은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겠다는 꿈과 희망을 갖고 있는지. 결국 답은 당대의 청년들이 갖고 있다.

저자는 이기훈 목포대 사학과 교수다.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전쟁으로 보는 한국역사' '식민지 공공성-실체와 은유의 거리' '탈냉전사의 인식' 등이 있다. 332쪽, 1만8천원.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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