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개선·진학 위주 지원 한계…다양한 '소프트웨어'에 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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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교육 지원 방식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시설 개선 등 이른바 '하드웨어'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데서 벗어나 지자체가 학교와 함께 학생들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학교 교육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다. 과거 교육은 학교나 교육청의 몫이었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 발전 없이는 지역 발전을 약속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강조되는 진로집중형 교육과정이나 특색 있는 방과후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의 힘만으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지자체의 학교 지원은 이제 학생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에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자체의 교육 지원 사업 중 상당수는 당장 눈에 보이는 수능시험 성적과 진학 실적 올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지역의 교육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학습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수도권 지자체의 움직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자체의 인식 차이가 교육의 경쟁력 차이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제 지자체의 교육 지원 사업은 교육부나 대학이 요구하는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가진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령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자체의 역량만으로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앞장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교생들을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전공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학습 기반 진로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만 단순한 체험형 교육이 아니라 해당 전공의 학문적 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직접 참여하는 토론형, 실험형 교육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

대학입시에선 수시모집이 대세다. 그럼에도 수능 점수 올리기에 급급해 지자체가 맹목적으로 교과 학습 프로그램에 돈을 쏟아붓는 모습은 예산 낭비이자 지자체의 현실 인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주는 것이다. 지자체가 진정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다면 변화하는 교육 환경과 제도 속에서 학교 교육을 제대로 돕는 길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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