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바이킹 대이동·노예무역…세계사 휘저은 생선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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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마크 쿨란스키 지음/박중서 옮김/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세계사 1천 년을 읽을 수 있는 물고기가 있다. 대구(Cod)다. 우리나라에서는 머리와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고 부른다. 주 산란지가 포항 영일만과 경남 진해만이라서 우리 밥상 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선이다.

대구는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 연안에서도 많이 잡힌다. 이 책을 쓴 마크 쿨란스키는 대구잡이 저인망 어선을 탄 적이 있는 어부 출신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저자도 일상 속에서 쉽게 대구를 접했고, 생태와 요리법을 넘어 세계사 속 대구의 역할에까지 호기심을 뻗쳤다. 결국 대구에 대해 7년간 취재하고 고증해 이 책을 펴냈다. 대구,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길래?

저자는 "세계 역사와 지도는 대구 어장을 따라 변화했다"고 주장한다. 책은 바이킹의 대이동이 있었던 8세기부터 최근까지 1천 년 동안 인류의 삶과 함께한 대구의 연대기를 풀어낸다. 우선 저자는 대구의 생태부터 밝힌다. 대구는 몸집이 크고 개체 수가 많으며 맛이 담백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었다. 특히 얕은 물을 좋아해 잡기도 쉬웠다. 대구가 가장 상업적인 생선이 된 까닭이다.

대구는 '바다 속 황금'이었다. 유럽인의 주요 식량이자 부를 쌓는 수단이었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말린 대구는 먼 거리를 항해하는 바이킹의 주식이었다. 덕분에 바이킹은 콜럼버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스크족은 자신들만 아는 북아메리카 해안의 황금어장에서 대구를 잡아들였고, 소금 절임 대구를 유럽인들에게 팔아 부를 쌓았다. 이들이 대구를 잡으러 가면서 개척한 역사적인 새 항로는 '덤'이었다.

1700년대 세계 대구 무역의 중심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의 뉴잉글랜드는 국제적인 상업 세력으로 부상했다. 대구를 팔아 부를 쌓은 '대구 귀족'도 등장했다. 부를 과시하기 위해 저택 곳곳을 도금한 대구 장식으로 꾸몄다. 이들은 카리브해의 설탕 농장에 값싸게 소금 절임 대구를 공급했다. 결국 대구는 카리브해의 노예들을 먹여 살려 노예무역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구는 전쟁까지 유발했다. 1700년대 미국 독립혁명 이후 미국과 영국의 평화협상에서 가장 큰 난제는 미국의 대구잡이 권리에 대한 것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어업 기술은 발달하는데 대구 개체 수는 줄어들자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1958년부터 1975년까지 대구 어업권을 둘러싸고 3차례 '대구 전쟁'(the Cod Wars)을 벌였다. 전쟁은 아이슬란드가 요구한 200마일 영해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종료되는데, 200마일 영해는 이후 해양법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363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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