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빼고 다 들어온 수준”…‘경쟁 심화’ 전기차 충전기 시장서 중소기업 살아남으려면

SK·LG·한화·현대차까지 충전기 시장 진입
대구에 ‘민간 1위’ 대영채비, 차지인 등 충전기 업체 포진…영향은?
“현지화 정책-충전 플랫폼 확장 지속해야” 조언

대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마련돼 있다. 매일신문 DB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대거 진출하면서 중소기업과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만 빼고 다 들어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경쟁에 불이 붙었다. 대구에는 '민간 1위' 전기차 충전기 업체 대영채비와 '규제완화 샌드박스 1호 기업' 차지인 등 충전기 관련 업체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꼼꼼한 현지화 전략과 플랫폼 확장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기차 충전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SK·LG·GS·한화·현대차 등이다. 대기업집단의 전기차 충전시장 진출은 지난 2021년 SK그룹이 당시 충전시장에서 선두를 다투던 업체 시그넷브이를 인수(현 SK시그넷)하면서 시작됐다. SK네트웍스도 기존 충전업체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하며 SK일렉링크를 출범시켰다. LG전자와 GS, LS그룹 등 범LG 기업들도 인수합병이나 타사 협업 등으로 충전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전기차 충전사업을 위한 새 브랜드 '한화모티브'를 출범시켰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새로운 전기차 충전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초 계열사인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해 2025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천기를 설치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지난 2014년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참여를 제한했으나 규제가 풀리면서 대기업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업체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가 현재 약 70조원대 규모에서 2030년 최대 45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기업들이 소위 '돈이 될 시장'인 전기차 충전기에 뛰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중소기업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충전시장은 약 6천기의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구업체 대영채비가 '민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대영채비는 충전기 시장에서 기술개발부터 영업망 구축까지 꾸준한 노력으로 현재 위치까지 올라선 업계 선두다.

대영채비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진출과 대규모 투자유치 등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보완·확장하고 있다. 대영채비 측은 최근 시장상황에 대해 의연히 대처하는 모습이다. 대영채비 관계자는 "시장상황의 급변은 항상 겪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나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20V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를 개발한 차지인은 대기업을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충전기를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관계는 아니다"며 "대기업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타겟 시장을 차별화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시장에서 지역 중소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키워드를 현지화 전략과 플랫폼 확장으로 꼽았다.

이선봉 계명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미래차융합 지역혁신사업단장)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자금력과 영업망 등에서 열악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충전기 제조는 빙산의 일각일 뿐, 앞으로는 전기차 충전을 예약하고 회원제를 도입하고 충전 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충전 플랫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축·확장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 그곳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시장 형성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해외 점유율을 일부분만 가져와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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