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번 레인 김시혁'
전광판에 아들의 이름이 뜨자 관중석에 앉아있던 김시혁(14) 군의 어머니 권은정(45) 씨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의 장기인 수영과 수영선수라는 꿈을 지켜주기 위해 5년 동안 고생한 세월이 권 씨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시혁 엄마." 권 씨의 옆자리에 앉은 다른 장애 선수의 학부모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수영장도 맘 편하게 이용하지 못해 고개를 떨구곤 했던 지난날의 고생을 옆에서 지켜본 동료들이었다.
특수학교 학생임에도 교내 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해 좌절하던 장애인 수영 꿈나무(매일신문 5월 1일·8일)가 지난달 울산에서 치러진 제17회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서 생애 처음으로 대회 레이스를 완주했다. 자유형 50m, 100m 경기에 참가해 잊을 수 없는 레이스를 펼친 김 군은 50m는 1분 38초 36에, 100m는 3분 32초 42로 모두 마지막 순위인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가 끝난 후 두류수영장에서 다시 만난 김 군은 5일 정도의 휴식기를 갖고 다음 스텝을 위해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하고 있었다. 전국 꼴찌로 완주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지 김 군은 수영장 풀 안에서만큼은 여전히 진지하고 당당했다. 김 군의 코치는 "기본기를 다시 제대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혁 군은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본기부터 잡는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에 있는 지적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인 세명학교에 다니는 김 군은 학교 안에 있는 특수수영장을 사용하지 못해 사설수영장을 전전하며 지난 3월부터 장애인체전을 준비해왔다. 대회 시작 2주 전까지도 김 군에게는 전문 코치도, 실전 연습을 충분히 할 기회도 없었다. 지난달 1일 보도 이후 장애인수영연맹의 도움으로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50m 선수용 레인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비장애 아동 위주로 운영되던 세명학교 내 특수 수영장도 앞으로는 장애아동 위주로 운영된다. 대구시교육청 특수교육원은 비장애아동의 생존수영이 끝나는 6월 이후부터는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채울 것을 약속했다.
김 군의 어머니 권 씨는 "이전에는 수영장 자체를 사용할 수 없어 아이의 특기를 찾는 일을 시도조차 해볼 수 없었다"며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부모님들이 희망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혁이 같은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이 아이와 운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모든 것을 혼자 개척하며 살아야 한다"며 "이 기사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는 시선을 넘어 발달장애인과 그 양육자의 애끓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분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檢 폭주기관차 멈춰세워달라"…체포동의안 부결 요구
이재명 따라 함께 단식하는 부인 김혜경…"몸 상태 상당히 안 좋다"
"나는 이재명 부결" 인증한 민주당 의원만 100명 넘었다
이준석 "이재명 文 방문에 만감 교차…단식 중단 요청 고마웠을 것"
野 이상민 "文 이재명 병문안, 전직 대통령이 힘 실어주듯…바람직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