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님아 그 강(망각)을 건너지 마오

신공항 특별법 산파, 후보지 선정 노력 잊어선 안돼.
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새 뿌리이자 역사 될 것

28일 정오 경북 군위군 군위읍 한 음식점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정오 경북 군위군 군위읍 한 음식점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와 홍준표 대구시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상준 경북부 차장
임상준 경북부 차장

그리스 신화 속 '레테'(Lethe)는 망각의 신(神)이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의 딸이자, 밤의 여신 닉스의 손녀이기도 하다. 저승에 있는 강(江)을 가리키기도 한다. 망자가 하데스(저승의 신)가 지배하는 명계로 가면서 건너야 하는 다섯 개의 강 중 하나다. '망각의 강'이라고도 불린다. 망자가 이 강에서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는데, 이때 모든 기억을 잊기 때문이다.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 기억의 한계를 연구했다. 시간에 따라 기억이 남는 정도를 나타내는 가설을 세웠고, '망각곡선이론'을 정립했다. 이 곡선은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을 때는 시간이 갈수록 정보(기억)가 손실되는 정도를 보여준다.

대구경북신공항(이하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달 통과되면서 다가올 신공항 시대에 지역이 들떠 있다. 오고 가는 덕담 속에 '비행기를 태운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하지만 몇 해 전을 돌이켜 보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2020년 7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이었다. 신공항이 군위군의 단독 후보지 고수로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탓이었다. 그때만 해도 투표에서 진 군위가, 신공항 군위 유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국방부는 아랑곳없이 후보지 선정 기한을 7월로 못 박았다.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이 마감 시한(31일) 이틀 전 국회에 나와, 군위군의 공동 후보지 신청이 없을 때엔 신공항을 무효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시에는 수도권 논리와 중앙 언론까지 가세해 신공항 무용론을 외치는 시기였다. 선정 기한을 맞추지 못한다면 '공항 백지화'는 기정사실이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군위에 현장 사무실까지 차려 설득에 나섰다. 개인적으로 몇 번이나 군수를 찾아갔다. 나이가 위인 군수를 '형님'으로 모시며(?) 술자리를 여러 번 가졌다는 후문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공항 무산을 하루 앞둔 30일, 군위군수는 공동 후보지 신청으로 마음을 돌렸다. '군위 대구 편입'이란 조건이 극적 합의의 촉매 작용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스멀스멀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있다. 지금에 와서 '군위를 왜 대구에다 떼어 줬나'라는 말이 간혹 들린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심보다. 신공항은 후보지 선정이 '8할'이라는 당시 목소리는 쑥 들어갔다.

우리는 '생니를 뽑는 심정'으로 군위를 대구에 내줬다. 대구와 경북은 본래 한 가족인데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망각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좋지 않은 기억을 말끔히 지우는 약이 개발된다고 하니, 잊는다는 게 그 나름 치유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의 역사와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각인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래야 온고지신, 반면교사할 수 있다.

그 많은 자원을 두고서도 나라를 쪽박 차게 한 중남미 좌파 정권 '핑크 타이드'를 기억해야 한다. 600조 원 나랏빚이 5년 만에 1천조 원을 넘어선 일도 되새겨야 한다. 앞에선 가붕개(가재, 붕어, 개)를 외치고 뒤로는 온갖 불법 스펙을 만든 전직 장관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장관의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던 한 초선 국회의원이 코인 고래(코인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청년 정치인 행세를 한 것도 망각해선 안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가 어떻게 신공항 후보지를 선정했고, 특별법을 통과시키게 됐는지는 평생 좋은 기억으로 유지해야 한다. 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새 역사이자 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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