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수 활성화 대책, 우려도 있지만 시의적절한 처방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소비 진작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물가 급등에다 이자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위기감을 느낀 가계가 지갑 열기를 주저하면서 소비가 한겨울 냉랭함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한 비상 대응이라 볼 수 있다. 경기 위축에 대한 공포감이 심해지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올 1월까지 9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이달 초 나온 통계청 조사 결과를 봐도 올 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2.1% 감소해 3개월 연속 줄었다. 식당이든 가게든, 어느 상권을 둘러봐도 "외환위기·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진다.

이번에 나온 대책을 보면 내수를 살려 경제 활력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는 일단 읽을 수 있다.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숙박 예약 시 3만 원 할인을 제공하는 등 여행 비용 할인 혜택을 주는 한편, 중소·중견기업 근로자들에게 휴가비도 지원한다. 또 여름에 열리는 대구치맥페스티벌 등 여러 축제에 대해 정부가 전방위 지원에 나선다. 문화비 및 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포인트 한시 상향하고,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기업 업무추진비 손금 한도 특례 신설도 한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대규모 재정집행을 통한 돈풀기식 내수 진작 정책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과거 내수 활성화 대책과 비교할 때 정책 범위가 너무 좁아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에 휩싸일 수도 있다. 긴축을 기조로 금리를 우상향시키는 기존 금융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에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거시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물가안정 달성에 결국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반전 신호를 쏴줄 때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 속에 내수를 회복세로 전환시킬 정책 시도조차 없으면 경제주체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불확실성의 증대는 불안감을 더 키우고 이러한 상황은 실물을 넘어 금융으로까지 전이돼 경제위기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들이 모여 있는 지구 북반구의 겨울이 끝나 에너지 수요가 줄면서 수입물가 압력이 덜하다. 시의적절한 처방을 내놓은 정부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물가 상황을 봐 가며 추가 부양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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