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코오롱글로벌 지역 하청 협약 파기 시도 다시는 없어야

대구 달서구 상화로 입체화 사업 하도급 전체를 지역 업체에 맡기기로 협약했다가 이를 깨려던 코오롱글로벌㈜이 당초 약속을 이행하기로 대구시와 합의했다. 매일신문 보도를 계기로 협약 파기 움직임을 보인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지역 건설업계와 시민들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협약 이행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의 협약 이행 천명으로 이번 사안이 일단락됐지만 짚어볼 게 하나둘이 아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1년 3월 상화로 입체화 사업 공사 입찰에서 태영건설 컨소시엄을 누르고 수주에 성공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입찰 제안 전부터 지역 업체와 협력, 지역 경제 기여를 약속하며 대구시를 공략했다. 수주 성공 3개월 뒤엔 '하도급 공사 금액의 90% 이상 지역 전문건설업체 참여'를 명문화한 지역 하도급률 확대 협약서를 체결했다. 당시 코오롱글로벌 대표는 "지역 협력 차원에서 (하청을) 아예 다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코오롱글로벌이 지역 업체에 사실상 100% 하도급을 주기로 함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에 도움이 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코오롱글로벌은 100% 지역 하청 약속을 이행하는 대신 외지 업체를 끌어들이는 행태를 보였다. 코오롱글로벌 주최로 열린 상화로 공사 종점·나들목 부근 개착부 공사 입찰 설명회에 지역 업체 2곳 외에 서울·부산 업체 등 외지 업체 4곳이 참여한 것이다. 더욱이 코오롱글로벌은 최저가 경쟁 방식을 내세워 지역 업체 배제 속셈이란 지적이 나왔다. 협약 당사자인 대구시는 물론 지역 건설업체와 시민들을 기만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여론 악화에 직면한 코오롱글로벌은 지역 업체만을 대상으로 다시 입찰 절차를 밟기로 했다. 협약 원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고 코오롱글로벌이 대구시와 합의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코오롱글로벌은 1957년 대구에서 설립된 코오롱(처음 이름은 한국나이롱)을 기반으로 한 코오롱그룹 계열사다. 코오롱글로벌이 당초 약속했던 것처럼 지역 경제에 기여하기를 대구 시민은 기대하고 있다. 협약을 깨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자초하는 일을 코오롱글로벌은 다시는 해서는 안 된다. 대구시는 코오롱글로벌이 협약을 이행하도록 감시·감독하는 데 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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