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6억 들인 문경시 온천장, 8년 문 닫혔다 이젠 철거될판 .. '이상한 거래'로 혈세낭비

2015년 민간온천에 쪼개기 매각, 업자 8년간 운영 않다 올해 매입요구..
市 "사들여 치료시설화" 추진에.. 지역 “시설·운영비 날린꼴” 비난

문경시와 민간업자 간 '이상한 거래'로 8년 간 방치되고 있는 문경 기능성온천. 고도현 기자

경북 문경시가 온천관광객 유치를 위해 36억원을 들여 건립한 기능성온천장이 유례없는 '동일건물 쪼개기 매각'이라는 이상한 거래로 사라질 위기다.

문경시는 민간에 팔았던 온천장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각 이후 8년 간 운영이 중단된 상태여서 매입을 한다고 해도 재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재투입돼야 해 매입 자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26일 문경시에 따르면 문경온천지구에는 2001년 민간이 개장한 '종합온천'과 2007년 문경시가 건립한 '기능성온천' 등 온천장이 2개 있다.

두 곳은 경쟁관계로 종합온천 측은 기능성온천장을 사들여 통합운영하겠다며 2015년 문경시로부터 이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문경시는 유례가 드문 공유재산 쪼개기 매각을 단행했다.

기능성온천장은 문경시 소유 문경시립요양병원(지상 4층·하 1층, 연면적 9천475㎡) 건물에 지하 1층(1천871㎡, 지상 1층 70㎡)에 있었고 시는 온천장만 민간에 매각했다.

건물의 지하 공간만 따로 나눠 쪼개기 매각하는 것은 개인 간의 거래에서는 사례가 있었으나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을 따르는 지자체의 거래에서는 유례가 없다.

이 경우 건물 내 지상, 지하의 소유주가 달라 문경시가 증축 등 재산권 행사를 할 경우 지하 온천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당시 2만4천여명의 문경시민들이 매각 반대 서명을 했지만 시는 매각을 강행했고 종합온천 측에 26억1천만원에 팔았다.

이런 우려는 매각 후 시립요양병원의 일부 증축 과정에서 지하층 지분이 있는 종합온천 측의 동의가 필요해 공유지분 증가 명분으로 시가 2천700만원을 종합온천 측에 건네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고윤환 전 문경시장은 "종합온천 측이 기능성 온천장을 특화된 시설로 잘 운영할 계획이 있다고 해 온천지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매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종합온천 측은 계획과 달리 이를 매입한 후 현재까지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문경시와 민간업자 간 '이상한 거래'로 8년 간 방치되고 있는 문경 기능성온천. 지난 23일 찾은 현장 입구에는 걸어서 5분거리에 종합온천이 있다며 관광객을 안내하는 약도가 부착돼 있다. 고도현 기자

급기야 종합온천 측은 최근 시에 기능성온천장을 매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문경시는 '재산권 제약' 문제를 들어 매입을 추진하고 있고 매입 후에는 온천설비를 모두 철거하고 시립요양병원과 관련된 치료시설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문경시 관계자는 "기능성온천장을 팔아버린 과오를 인정한다"면서도 "26억 정도에 팔았지만 현재 매입 감정가는 20억원을 넘지 못해 문경시가 6억원 정도의 차익을 보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민간 매각 후 기능성온천장이 8년 동안 문을 닫은데다, 시의 재매입 때는 철거될 예정이어서 시설 비용을 모두 날리게 됐고, 만약 시가 매각 없이 운영을 했을 경우 10억원 안팎의 매출도 거둘 수 있었던 터라 시의 손실분은 적잖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는 "민간이 기능성온천장을 8년 간 문 닫아 종합온천 독점체제가 됐고, 이제는 아예 없앤다고 하니 시가 민간 온천장 활성화를 위해 혈세만 낭비할 꼴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재매입과 관련해서는 시의원들이 반대하고 있고 시는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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