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두류공원로 지하화

최경철 논설위원
최경철 논설위원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질문에 과거에는 차가 먼저라는 대답이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요즘은 차보다는 사람이 먼저라는 대답이 대세가 됐다. 보행자가 있으면 우회전하는 차량은 무조건 멈춰야 한다는 규정이 최근 도입된 것을 보면 보행권 우선주의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실감하게 만든다.

서울의 경우 보행권 우선주의가 제법 오랜 기간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획기적인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는 것을 느낀다. 첫 신호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쏘아 올렸다. 철거 후 차량 혼잡 등을 우려한 강한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청계천 고가도로를 뭉개고 자연 상태에 가깝게 돌려놨다. 고가도로가 사라졌지만 서울 시내 차량 소통은 큰 문제가 없었고 도시에서 도로가 차지하던 공간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큰 힘을 얻게 됐다.

이후 서울시는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도로도 보행자 전용으로 바꿨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경부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과 강변북로를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로를 지하화하고 도로가 있던 상부 구간에는 시민들이 자연을 만끽하며 단절 없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녹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지하화 공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사업비는 재정 투입 외에도 지하도로 위 상부 구간에 상업시설을 일부 유치하는 방법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스페인 마드리드 리오공원이다. 마드리드시는 2007년, 만사나레스강 인근 M30 고속도로를 전면 지하화한 뒤 상부에 8㎞ 길이의 대규모 수변공원을 만들었다. 하루 20만 대의 차량이 다니던 도로로 인해 단절됐던 공간은 자연 친화적 공원으로 변모했다.

대구 두류공원에도 달서구청이 비슷한 프로젝트를 이미 꾸며놨다. 두류공원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왕복 6차로 두류공원로 1㎞ 구간을 지하화해 도로 상부에 녹지가 어우러진 대형 광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업비 등 헤쳐 나가야 할 문제가 많아 큰 진전은 없다고 한다. 서울이나 외국 사례를 보면 엉뚱한 꿈은 아닌 듯하다. 걷기 쉽고, 걷고 싶은 도시가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만드는 시대다. 창발성 있는 행정 기획이 캐비닛 속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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