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 그렇다면 지역구 수를 줄여라

김태일 장안대 총장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 안은 앞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거친 후 국회 전원회의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의안의 가부를 최종 의결하지만, 전원위원회에서는 수정안을 의결할 수 있다. 전원위원회에서 수정안이 의결되면 본회의에 원안과 수정안이 동시에 제출되어 최종 의결을 받는다.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국군 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19년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이번 전원위원회는 국회의장이 제안한 것으로,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간절하게 바라는 선거제도 개혁의 가치는 '비례성, 대표성, 다양성'이다. 현재의 선거제도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만큼 의석수를 차지하는 비례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국민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익을 제대로 대표하는 대표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또 다양한 정치세력이 서로 경쟁하는 다양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현행 선거제도를 그냥 두고 내년 총선을 치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국민의 여론과 정치권의 성찰이 배경에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국민과 정치세력의 생각이 같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의 문제점, 즉 이분법적 진영 정치의 기저에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진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위선의 정치도 현행 선거제도와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공유되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친일-반일, 남-북, 민주-반민주, 영남-호남과 같은 역사 구조적 갈등과 맞물리면서 거대한 흑백 진영 대결의 정치를 낳았다는 인식도 같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다. 백가쟁명의 대안들이 논의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번에 소위원회가 결의한 안은 그간의 논의를 3가지로 정리한 것이다.

첫째는 '소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정당 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는 병립형을 적용하되 이를 과거처럼 '전국구'로 뽑지 않고 전국을 6개의 권역으로 나누어서 선출하자는 것이다. 현재 지역구 수 253석을 유지하되 비례를 50석 늘린다는 안이다.

두 번째는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역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가운데 일부를 정당 득표율에 연동해 배분하는 준연동형으로 하자는 것이다. 지역구 의석수 253석은 유지하고 비례는 50석을 늘리자는 것이다.

셋째는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대도시는 3~10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하고 농촌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자는 안이다. 의원 수는 현행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을 줄인 만큼 비례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가장 큰 쟁점은 '의원 정수' 문제다. 소위원회가 의결한 안에 따르면 첫째 안과 둘째 안은 비례대표를 위해 의원 수를 늘리자는 것이다. 당장에 이에 대한 비판이 국민의힘에서 터져 나온다. 첫째 안과 두 번째 안은 논의조차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원위원회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의 반응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소위원회에서 의결한 안은 국회의장 직속 헌법 개정 및 정치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만들어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넘긴 안이었다. 그러니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 출발을 거부하겠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일 외교에서 헛발질한 것을 덮으려고 선거제도 개혁 문제를 시끄럽게 긁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시작도 하기 전인데 삿대질을 먼저 하는 꼴이다. 두 당은 일단 차분해지기 바란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데 국민의 시선이 따가운 것도 알아야 하고, 비례성, 대표성, 다양성을 실현하려면 비례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더라도, 지역구 수를 줄이고, 그만큼 비례 의석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안은 수년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안이기도 하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구 200석, 비례 100석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구 수를 줄이는 진짜 개혁 경쟁에 각 당이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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