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정부 '균형발전'은 빈말이었나…元장관 구미 약속 실천에 기대

용인 300조 반도체 클러스터…수도권 공장 총량제 붕괴 우려
"구미·포항 특화단지 무산 땐 대구경북민 설득이 어려울 것"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특강에서 '지방이 미래다, 기업투자가 몰리는 대한민국의 구미'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특강에서 '지방이 미래다, 기업투자가 몰리는 대한민국의 구미'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정부가 경기도 용인을 중심으로 세계 최대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몰아주기'(매일신문 3월 16일 보도)에 나서자 수도권 공장 총량제 원칙 붕괴 등 국가균형발전 훼손에 대한 강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지정하면서 2차전지 분야는 포항권에 가장 앞선 인프라와 기업이 집적해 있는데도 충남 홍성을 선정한 것은 충청권만 배려한 결정이라며 포항권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300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조성할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 5개를 비롯해 국내외 우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및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150곳이 유치될 계획이어서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까지 만들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한 노력들이 무산될 위기다.

정부는 수도권의 제조업 집중 억제를 위해 1994년부터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도입해 공장 신·증설을 막아왔다. 이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규모가 710만㎡에 달하지만 공장 총량 언급은 없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용인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총량제 예외 사례로 허용한 바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비수도권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활성화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사활을 건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바로이런 이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8월 8일 구미상의 강당에서 열린 조찬 특강에서 '지방이 미래다, 기업투자가 몰리는 대한민국의 구미'를 주제로 강연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로 구미 등 대구경북 발전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건의에 대해 "구미는 국가산단이 1~5단지까지 5곳이나 있고, 반도체 관련 기업이 많아 당위성이 충분하고 유력한 곳이다.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26일 구미를 찾아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과 동반돼야 할 산업단지 개발, 인프라 조성 등을 최대한 지원하며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반도체 전략과는 별도로 반도체 특화단지 공모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치전에는 경기도 고양, 화성과 대전·충북·경북(구미)·경남·부산 등 15곳이 뛰어들었다. 산업부는 6월 중 선정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구미와 대구경북에선 반도체 균형발전, 지역 불균형 논란이 뒤따르지 않도록 국가균형발전 측면을 감안해 반드시 후보지가 선정돼야 하고, 원 장관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미의 반도체 기업 및 경제인들은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까지 수도권으로 몰아준다면 지역민들은 상실감을 넘어 분노할 것"이라며 "지방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고 국가균형발전도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국내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구미를 중심으로 반도체 소부장 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구미시는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당위성으로 ▷구미산단 내 SK실트론·LG이노텍·매그나칩반도체·KEC·삼성SDI·원익큐엔씨·엘비루셈 등 반도체 기업 359곳 밀집 ▷20분 거리에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즉시 입주 가능한 구미 5산단 등 넓은 국가산단 보유 ▷풍부한 공업용수, 안정적 전력 공급 등을 제시하고 있다.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목표로 하는 포항시는 포스텍을 비롯한 대학과 연구기관, 포스코와 에코프로 그룹 등 관련 업계 등이 전문인력 양성, 주요 소재 생산과 투자를 통해 포항 지역에 이차전지 산업의 국내 최강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포항을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입
지 여건이나 환경이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윤석열(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최태원(왼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경북 구미를 찾아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투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윤석열(왼쪽 세 번째) 대통령과 최태원(왼쪽 두 번째)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일 경북 구미를 찾아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 투자 협약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구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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