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아들 학폭 당해 속 쓰리고 300만원으로 살 집 구해야 하는 현실도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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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일찍 여의고 가난한 유년시절 보내, 셋째 형 보증 섰다가 빚 떠안고 감옥살이
복역 중 첫 번째 아내로부터 이혼 당해…두 번째 아내도 산후우울증으로 집 나가
아들 홀로 키워야 하는데 척추측만증으로 하체 마비…정신적 문제도 더 깊어져

지난 9일 저녁 잠들기 전 문기훈(가명·59) 씨가 아들 도영(가명·12) 군과 정답게 장난을 치며 누워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9일 저녁 잠들기 전 문기훈(가명·59) 씨가 아들 도영(가명·12) 군과 정답게 장난을 치며 누워 있다. 윤정훈 기자

사랑은 자아의 확장이다. 그래서 부모는 괴롭다. 자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의 분신이 언제, 어디서, 어떤 상처를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나뿐인 아들이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버지 문기훈(가명·59) 씨의 가슴은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아들 도영(가명·12)이와 같은 학교 학생 2명이 도영이네가 기초생활수급가정이고, 어머니가 가출해서 안 계신다는 소문을 냈다고 선생님은 설명했다. 여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여러 차례 망신도 줬다고 한다. 기훈 씨는 아들을 괴롭힌 아이들을 향한 분노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 때문에 속이 쓰렸다. 좋은 아버지는커녕 자식의 치부가 됐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나중에 경호원 돼서 아무도 아빠 못 괴롭히게 지켜줄게."

속상한 마음에 밤늦게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기훈 씨에게 아들이 조용히 속삭였다. 아아, 이래서 부모가 되는구나. 상처를 주는 만큼 살아갈 행복과 희망을 주는 것도 자식이구나. 졸려서 반쯤 눈을 감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기훈 씨는 좋은 아버지가 돼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 보증도 서줬는데 빚만 남기고 잠적한 형… 감옥살이 중 이혼까지 당해

기훈 씨의 아버지는 일제 시절 광부로 일했다. 고된 노동에 시달렸던 아버지는 폐 섬유화로 기훈 씨가 9살 때 돌아가셨다. 이후 홀로 남은 어머니가 풀빵, 김밥 장사를 하며 5남매를 힘겹게 키웠다. 그랬기에 기훈 씨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가스 배달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매일 중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를 때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163cm에 50kg였던 기훈 씨는 자격 미달로 군대도 가지 못했다. 가스통 무게만큼 버거운 삶이었지만, 잠깐이나마 볕이 들던 시기도 있었다. 기훈 씨는 가스집 옆 새로 생긴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던 직원과 오며 가며 대화를 나누다 친해졌다. 첫 번째 아내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결혼 후 딸 하나, 아들 하나 낳고 동네에서 예쁘게 잘 산다는 칭찬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행복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기훈 씨의 셋째 형이 기훈 씨 명의로 운영하고 있었던 휴대폰 대리점이 부도나면서부터였다. 원청인 통신사의 판매 정책이 마진이 안 남는 방향으로 점점 바뀌며 가게 운영도 갈수록 힘들어졌다. 셋째 형은 어떻게든 운영을 이어나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돈을 빌리고 다녔다. 이 과정에서 기훈 씨가 빚 보증까지 서줬지만 결국 부도를 막을 순 없었다. 셋째 형은 무책임하게도 동생에게 수억원 빚을 남긴 뒤 중국으로 도피했다. 기훈 씨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어떻게든 부채를 갚아보려 했으나 아무리 해도 1억8천만원의 빚은 갚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사기죄로 소송이 걸려 6개월 교도소살이까지 했다. 수감 중에 첫 번째 아내로부터 이혼 서류를 받았다. 아내를 붙잡을 면목이 없었던 기훈 씨는 망설임 없이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출소 이후 기훈 씨는 폐인이 됐다. 믿었던 형에게 배신 당해 감옥에 다녀오고, 사랑하는 아내는 자식들을 데리고 떠났다.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 극단적 선택도 수차례 시도했다. 삶을 마감하기 위해 기훈 씨는 부산 바닷가를 찾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기훈 씨는 두 번째 아내를 만났다. 당시 아내는 전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이혼한 뒤 바닷가 모래밭에 앉아 혼자 울고 있었다.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두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아들 도영이가 태어났다.

◆ 두 번째 아내는 가출, 홀로 어렵게 키운 아들도 소아우울… 현재 집에서도 쫓겨날 판

두 번째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했다. 원래도 정서적으로 불안했던 아내는 출산 후 극심한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그 여파로 가출을 반복하던 아내는 도영이가 4살쯤 됐을 때 아예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두 번째 상처였다. 난도질 당한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혼자서라도 도영이를 잘 키워내려고 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예전에 했던 가스 배달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도영이를 돌보느라 그럴 수 없었다. 셋째 형에게 배신당한 이후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도 거의 끊어져 도영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 78만원만으로 도영이를 키워야 했다.

사실 기훈 씨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척추측만증으로 하체 마비가 와서 2년 전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다시 허리가 안 좋아져 거동이 어렵다. 지난해엔 뇌경색까지 찾아와 현재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고 있다. 생활고 속에서 홀로 도영이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의 압박에서 우울, 공황 등 정신적 문제도 더 깊어졌다. 비가 오면 벽 전체에 곰팡이가 슬 정도로 열악했던 당시 주거 환경도 여기에 한 몫 했다. 이러한 상황에 도영이 또한 5살 때부터 소아우울과 ADHD로 약물 치료를 받아오고 있다. 학교폭력도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두 차례 당해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상처가 가득하다.

여러 문제 가운데 집이 가장 문제였기에, 기훈 씨는 지난해 지역 도시개발공사에서 전세자금으로 5천7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여기에 전재산 300만원을 보태 보증금 6천만원에 월 30만원인 반전세로 현재 살고 있는 투룸을 겨우 마련했다. 이곳은 도영이가 다니는 중학교와도 가깝고, 햇빛도 잘 들어와 만족스러웠다. 새 보금자리에 기뻐한 것도 잠시. 기훈 씨는 최근 공사 측으로부터 전세가 아닌 반전세는 부당청구에 해당되므로 다음 달 10일까지 대출금 5천7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한 내용의 조항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훈 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단 300만원으로 한 달 안에 아들과 함께 살만한 집을 어떻게 구할지 눈앞이 캄캄하다.

깜깜한 밤, 아버지와 아들은 이부자리를 펴고 누웠다. 장난을 걸어오는 아들을 껴안으면서도 불안한 미래 생각에 마음은 끝도 없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두운 표정을 지우고 바보같이 웃는 기훈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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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폭력적인 남편과 연락두절된 뒤 보이스피싱 당해 4천800만원 날려 극단적 선택 시도하고 이후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뇌출혈까지 겹친 박동채 씨에게 2,623만원 전달

폭력적인 남편에게 맞아 청각장애가 생기고 보이스피싱으로 4천800만원 잃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주변 도움으로 재기해 열심히 일했는데 뇌출혈까지 겹친 박동채(매일신문 2월 28일 자 10면) 씨에게 2천623만6천3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이영석 100만원 ▷오정환 22만원 ▷이동욱 5만원 ▷이창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김진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권미경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남장호 1만원 ▷최경철 1만원 ▷이진기 5천원 ▷이장윤 2천원 ▷'수앤랑' 1천3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편과 별거 후 고된 노동 시달리다 난소암 판정 받고 궁핍 심해져 경북 시골집으로 이사했으나 갑작스러운 화재로 집 잃어 경로당에서 자는 김금숙 씨에게 2,066만원 전달

남편과 별거 후 고된 노동에 시달리다 난소암 판정을 받고 경북 시골집으로 이사했는데, 친구 장례식에 다녀온 새 화재로 집이 전소돼 경로당에서 생활 중인 김금숙(매일신문 3월 7일 자 10면) 씨에게 48개 단체, 156명의 독자가 2천66만739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동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근우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주)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5만원 ▷국민프루스트(한유미)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최상도법무사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하담작명연구소(성병찬)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주)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성원비즈솔루션센터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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