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분양보증 사고’ 대구 아파트에 애타는 신혼부부 사연…“원룸에서 언제 나갈지 몰라”

40대 A씨 부부, 4.5평 원룸에서 3년 넘게 지내…신혼 단꿈 ‘산산조각’
부모님 댁에 더부살이, 네 식구 원룸에서 지내기도…“빠른 사태 해결 절실” 호소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조감도. 인터불고건설 제공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조감도. 인터불고건설 제공

"원룸에서 자녀계획을 세울 수는 없잖아요. 원룸에서 언제 나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2년 만에 대구에서 발생한 분양보증 사고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예비 입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기존 입주 예정일보다 준공이 2년가량 밀린 탓에 원룸살이를 전전하는 등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고 있다.

'분양보증 사고'가 터진 대구 달서구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 분양자 A(41) 씨는 지난 2019년 결혼한 신혼부부다. 결혼 전 아내 B(42) 씨가 분양에 당첨된 터라 신혼집 걱정을 덜었다. A씨는 기존 입주 예정일이었던 2021년 4월까지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인근 4.5평(15㎡) 원룸에 임시로 신혼집을 차렸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꾸던 A씨의 희망은 아파트 준공이 밀리면서 산산조각났다. 34평(84㎡)에 맞춰 가구도 예약했지만 쓸모 없어졌다.

A씨는 "아파트에 들어간 돈이 1억1천만원이 넘어 자금 여력이 부족해 전세로 옮길 수도 없다"며 "홑벌이인데 이자 부담으로 직장 수입 외에 일용직일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A씨는 이번 달 중도금 이자로 96만원을 부담했다. 월세 35만원까지 합하면 주거 비용에만 수입의 3분의 1을 지출하고 있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자녀계획도 어그러졌다.

A씨는 "입주시기에 맞춰 임신을 시도하자고 아내와 얘기했는데 이제는 둘 다 40대가 됐다"며 "난임부부 입장에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파트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시험관 시술도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분양자들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준성 입주예정자협의회 대표는 "달서구로 사무실을 내면서 분양을 받았는데 분양 사고로 자녀와 함께 부모님 댁에 들어가 있다. 대출금리가 7%를 넘어 이자만 140만원을 넘었다"며 "분양자 중에서는 네 식구가 원룸에 사는 분들도 있다. 각자 교육, 사업, 직장 등의 이유로 이곳에 왔는데 분양보증 사고로 모두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이행에 돌입했지만 명확한 종료 시점이 없어 답답하다. 98% 공정률 아파트도 3년 넘게 못 짓는 사례도 있다"며 "오는 28일 지역구 홍석준 국회의원과 면담을 갖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148가구가 입주 예정인 장기동 인터불고 라비다는 공정률이 90%를 넘었지만, 시행사 자금난 등을 이유로 6개월 넘게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사고 금액은 408억원에 달한다. HUG는 최근 이 아파트에 대해 분양보증 사고 처분을 결정했다.

앞으로는 HUG가 시행사 역할을 맡아 새 시공사를 찾거나 기존 시공사를 통해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HUG 관계자는 "입주민과 기존 시공사 측에 의견을 물어 시공사를 변경할지 그대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보통 한 달이 걸린다"며 "공사에서도 이 사고에 대해 최대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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