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북한의 중국 공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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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역사적으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나라가 바로 중국" "중국은 현재 우리와 가장 가까운 국가이지만 앞으로 가장 경계해야 할 국가로 될 수 있는 나라".

북한의 평양 이과학대학 준박사(한국의 석사) 출신 탈북자인 이윤걸 씨가 2012년 복수의 북한 소식통에게서 입수해 공개한 북한 김정일의 이른바 '10·8 유훈'에 나오는 말이다. 김정일은 2011년 사망 두 달 전 측근들에게 이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중국에 대한 김정일의 경계심이 어느 정도였는지 잘 보여준다.

실제로 김정일의 중국 경계심은 매우 컸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라종일 전 주일 대사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북한이 처음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을 때 김정일이 보인 첫 반응은 "이제 중국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라 전 대사는 김정일이 '미국 놈 열보다 중국 놈 하나가 더 위험하다. 중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대국주의를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한다.

이런 경계심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 용인과 짝을 이룬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일이 2000년 10월 면담에서 '냉전 이후 우리의 입장이 달라졌다. (주한) 미군은 이제 안정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각은 아버지 김일성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일성이 죽기 전인 1992년 1월 22일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 김용순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보아 조선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일본은 백년 숙적, 중국은 천년 숙적'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마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에서 북한 김정은이 주한 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 내 미국인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나 신장(新疆)처럼 다루기 위해 미군의 철수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중화(中華) 제국주의는 북한 김씨 왕조 3대에게도 엄청난 거부감을 자아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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