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분양 많은 대구 주상복합 408억 분양 보증 사고

2년 만에 HUG의 분양 보증 사고 발생…공정률 90% 자금난 6개월 중단
입주 예정자 계약 해지도 못해…HUG 새로운 시공사 찾아야해
미분양 물량 많고 자금 경색돼 위험 커…정부에 추가 대책 요구 목소리 높아져

대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채정민 기자
대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채정민 기자

추운 날씨만큼이나 주택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새해 들어 대구에선 분양 보증 사고가 발생,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추가로 부동산 관련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대구 달서구 장기동의 주상복합 아파트 '장기인터불고 라비다' 사업장(148가구)에 대한 분양 보증 사고 처분을 결정하고 분양 계약자에게 안내문을 전달했다. 사고 금액은 약 408억원이다. 이곳은 공정률이 90%를 넘었으나 시행사의 자금난 등을 이유로 6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보증은 시행사, 시공사 등 사업 주체가 부도, 파산 등을 이유로 분양을 완료하지 못할 때 HUG가 분양 계약자에게 계약금, 중도금을 대신 환급해주는 제도다. 현행법상으로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자는 분양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사고 단지는 2021년 4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일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시행사 대표가 횡령으로 구속되고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도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지체됐다. 시공사의 회사 지분 매각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입주 예정자들이 HUG에 보증 이행을 청구했고, 이달 중순 HUG는 분양 보증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공정률이 80%를 넘어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남은 방법은 HUG가 시행사 자격으로 새로운 시공사를 찾거나 입주민의 동의 아래 기존 시공사에 맡겨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다.

대구는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산적해 부동산 시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이다. 이달 말 발표되는 12월 주택통계에서 미분양 물량은 6만2천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1만가구를 넘겨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구는 사정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이다. 서민 주거 안정, 건설 기업의 자금 경색 지원 등 각종 대안을 마련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등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하는 것을 막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준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구시지부장은 "미분양 물량이 많고 자금 시장 유동성이 떨어지는 지방은 분양 보증 사고가 추가로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며 "전세 사기 등 서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세밀히 마련하는 한편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투자 심리를 되살려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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