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혐오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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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김윤기 기자

사회부 김윤기 기자
사회부 김윤기 기자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에 북구청이 공사 중단을 결정했지만, 법적 다툼 끝에 건축주가 최종 승소했다.

건축주의 승소에도 이슬람 사원 갈등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사장 앞에 돼지머리와 족발 등이 내걸려 외신 보도까지 잇따랐다. 결국 지난주에는 중앙정부까지 대구를 찾아 해법에 골몰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사태가 2년 넘게 이어지는 동안 양측의 간극은 왜 좁혀질 수 없었던 것일까?

이달 초부터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하면서 체감한 것은 광범위한 이슬람에 대한 공포심, 이른바 '이슬람포비아'였다. 뉴스 댓글창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슬람에 대한 경계심이나 혐오를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말들이 가득하다.

건축주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실리는 발언을 하면 여지없이 비난을 뒤집어쓴다. 홍준표 대구시장마저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홍 시장은 지난해 12월 영호남 청년 교류 행사에서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이슬람 사원 건축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언급한 게 전부였다. 지극히 상식적, 원론적 발언이 빌미가 돼 지난주 대구시청 앞에서는 반대 측의 규탄 집회가 열렸다.

'돼지머리 사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경북대 학생들이 쓴 양측의 대화와 존중을 촉구한 대자보는 구겨져 버렸다.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는 목소리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한 논의는 설 자리를 잃은 것이다.

이슬람 사원 건축지 인근 주민들의 대응 방식도 아쉽다. 주거 밀집 지역의 종교시설 입지에 대해 주민들은 반대를 표할 수 있다. 종교에 대한 개인적인 불호나 불안감에 대해 말할 자유도 있다. 하지만 돼지머리 같은 혐오의 표현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북구청의 대응이다.

대구참여연대는 "민원만을 근거로 무턱대고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행정이 문제의 발단이었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막는 악수가 됐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인근 지역사회의 작은 다툼은 행정관청이 피소되는 소송전을 타고 전국적 이슈로 증폭됐다. 양측의 만남에 세 차례 동석한 갈등 중재 전문가도 "법적 다툼으로 번진 상황에서 '누가 잘못했느냐'를 따지는 악감정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로 갈등을 풀어내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털어놨다.

북구청이 또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은 돼지머리가 거리에 등장한 순간 내놨던 입장일 것이다. 돼지머리를 치워 달라는 요구에 북구청은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목적으로 사용 중이므로 폐기물로 간주해 행정 조처하기 어렵다"는 궤변을 내놨다.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중시하는 미국에서도 특정 국가나 인종 등에 대한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로 규정하고 사회적 불이익을 주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도 인정하는 대한민국은 정작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선 지나치게 관대한 것 같아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전문가들도 극단적 혐오 표현을 자유로 판단, 방관하는 것은 행정관청이 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연초부터 달라진 북구청의 상황 인식이다. 구청장까지 나서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뒤늦게나마 북구청이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입을 수 있는 피해와 불편함은 무엇인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합리적인 대화를 이끌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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