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우리가 사는 시간과 공간을 끊임없이 품는다. 다양한 현상과 서사가 켜켜이 쌓여 응축되고, 또 그 위로 쌓여가며 변한다.
정소영 작가는 그러한 변화의 순간을 포착한다. 자연이 담고 있는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연속선상의 흐름을 물질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개인전 'WATERS'도 물의 세계, 물이 담고 있는 인간의 서사에 대한 얘기다. 인간사회, 정치와 만나 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된, 하나의 카테고리로서의 물을 다룬다.
대표적인 작품이 '이미륵의 거울' 연작이다. 작가가 한국전쟁 이전 압록강을 건너 만주로 간 이미륵(1899~1950)의 저서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고난 뒤 시작된 작업이다.
작가는 질산은과 암모니아수 등 화학약품을 이용해 유리 표면을 은거울 물질로 페인팅했다. 압록강이 지닌 다층적인 시간성과 장소성, 개인의 역사가 얼룩진 거울에 담겼다. 마치 일렁이는 물결처럼, 내 모습을 온전히 비추지 못하고 여기저기 얼룩진 거울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한다.
또한 일본에서 가파도로 떠내려온 부표를 주워 만든 '어부의 섬 Ⅵ', 지름 60㎝의 알루미늄 고리를 구부려 만든 '가장 못생긴 물고기', 바다 위에 밧줄로 원을 그리는 배의 항로를 담은 '섬 그리기' 영상 작품은 자연 속에 잠시 머물고 사라지는 인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정소영 작가의 개인전 'WATERS'는 021갤러리(대구 수성구 두산위브더제니스상가 204호)에서 열리고 있다.
021갤러리 관계자는 "빛으로 일렁이고, 가라앉았다 솟아오르는 탄성, 찌그러지고 펼쳐지는 압력, 오르고 흘러내리는 움직임들 통해 작가는 물질과 비물질을 동시에 구축하고 조각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2일까지 이어지며 일, 월요일은 휴관한다. 053-74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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