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에 세계적 건축물 만든다더니…" 설계부터 암초 만난 박서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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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개관 목표 흔들
세계적 건축가, 공모방식에 '손사래'…"흔하디 흔한 미술관 만드는 것 아냐" 우려

박서보미술관이 들어설 예정부지. 매일신문DB
박서보미술관이 들어설 예정부지. 매일신문DB

경북 예천군에서 추진 중인 박서보미술관 건립이 휘청대고 있다. 행정안전부 투자심사를 재수(再修)로 통과(매일신문 2022월 4월 11일)했지만 설계공모와 예산제한 등으로 세계적인 건축물 건립에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24일 예천군에 따르면 박서보미술관은 2025년 7월 개관으로 목표로 예천읍 남산공원 내 부지면적 7만1천700㎡에 연면적 4천832㎡ 지상 3층 지하1층 규모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사업비만 255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공모로만 가능한 공공건축물 설계 방식으로는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건축가들을 공모방식으로는 참여시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예천군이 건립 계획 시부터 참여를 타진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피터줌터(스위스)에게도 공모방식으로는 설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으로 진행이 안된다는 의견을 보냈지만, 이후 공모에 대한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거절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서보 화백도 처음부터 참여를 타진했던 피터줌터가 설계한 건축물이 아니면 앞서 맺은 업무협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8월 군은 예천 출신의 한국 미술계 거장인 박서보 화백의 이름 건 미술관을 세계적인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예천의 글로벌 랜드마크로 건립할 계획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을 통해 예천군은 미술관 건축의 기획과 시공을 주관하고 서보미술문화재단은 미술관 구성을 위한 작품기증 및 전시기획을 주관키로 했다.

당시 예천군은 "박 화백이 고향인 예천에서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하는 의지와 예천군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신공항 이전에 발맞춰 세계적 명소로 만들자는 예천군의 의지가 모여 건립을 추진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건축비 요율에 따라 책정되는 설계비 상한선도 걸림돌이다. 피터줌터 정도의 명성을 가진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길 경우 설계비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55억원이 투입되는 박서보미술관은 관련법에 따라 약 12억원의 설계비가 책정된 상태다. 건축계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해외 건축가들을 움직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세계적인 건축물이 아니라면 국내 다른 박물관들과 차별성이 없는 등 당초 계획한 박서보미술관 건립 목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한 주민은 "일본의 지추미술관, 스페인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과 같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해서 건립에 찬성했지만, 이들 미술관에 버금가는 특화된 미술관을 건립하지 못한다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다른 미술관들과 별반 다른 것 없다"고 지적했다.

설계공모 및 예산제한 등의 암초를 만난 예천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예천군 관계자는 "군민 모금을 통해 수의계약을 하던지 이마저 성사되지 않으면 박서보 화백을 설득해 다른 유명 작가를 추천받아 건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서보미술과 건립과 관련 지난해 2월 행안부 1차 투자심사에서 ▷객관적인 수요조사를 토대로 적정 규모 산정 등 사업규모 재검토 ▷재정여건을 고려한 운영 인력 축소 등 유지관리비용 최소화 방안 마련 ▷자체 타당성 조사 수요와 편익 과다추정 등 경제성 분석 오류 ▷도비 재원 협의 후 가용재원 범위 내 사업계획 조정 등의 지적사항 함께 재검토 의견을 회신받았다.

이에 군은 건립 계획을 재정비해 같은해 8월 2차 투자심사에 통과했다.

2020년 8월 예천군과 서보미술재단이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매일신문DB
2020년 8월 예천군과 서보미술재단이 박서보미술관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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