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와서 넷플릭스만 봐요" 수능 끝난 고3 교실 '개점 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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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교실 TV랑 닌텐도 연결 등 '놀자판'된 고3 교실
수업일수 채우기 위해 할 일 없어도 학교에… 학생도 교사도 불만
고3 대상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필요

지난달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미지.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달 1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미지.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1일 오전 찾은 대구 수성구 한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고, 등교한 학생들도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학생 대여섯 명은 교실 한쪽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교실 앞 의자에 앉아 있던 교사가 가끔 돌아다니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줬지만, 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이후 고3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시간 때우기'식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7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현재 고3 교실에선 실제로 수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연간 수업 일수(190일)는 채울 수밖에 없다.

이 기간 예체능 학과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실기 시험에 매진하고자 아예 결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또 수시 전형으로 이미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은 학교에 '보호자 동행 체험학습'을 신청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미대 입시를 준비 중인 배모(18) 군은 "시간표에 맞춰 선생님이 들어오셔도 10분만 있다가 금세 자리를 뜬다"며 "거의 스마트폰만 보며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차라리 실기 준비를 하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 특히 우리 학교는 겨울방학이 없이 내년 졸업식까지 학교를 다녀야 해 벌써 지루하다"고 했다.

정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김모(18) 군은 "수능 이후 따로 준비할 게 없어서 오전 9시에 학교에 오면 12시 20분 마치는 시간까지 계속 엎드려 잔다"며 "다른 친구들은 테블릿 PC로 영화를 보며 놀기도 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집에 일찍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능 이후 해이해진 분위기 속에서 교사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수성구 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 A(51) 씨는 "이 기간을 양질의 활동으로 채우길 바라는 마음에 독서를 하라고 한 적이 있지만, 해방감에 젖은 학생들에겐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달 8일 '수능 이후 학사운영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3 학생들에게 금융교육·진로체험·대학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라고 각 학교에 권고했지만, 현장 교사들은 역부족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북구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17년 차 교사 B씨는 "학교가 각개전투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역량 차이가 있어 학생들이 방치되는 학교가 더러 있다"며 "고교 수에 비해 즐길 콘텐츠 자체가 별로 없고, 한 달 남짓한 기간을 타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꽉 채울 정도로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 당국이 고3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조 위원장은 "'자취방 구할 때 집 계약하는 법'이나 '아르바이트할 때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법'과 같이 사회인이 되는 시기를 앞두고 고3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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