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주호영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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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장안대 총장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김태일 장안대 총장(전 영남대 교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그라져 가던 '정치'를 살려 놓았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10·29 참사 국정조사를 하기로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했다. '수사 후 국정조사'에서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로 타협했다. 그러자 친윤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가 거세게 반발했다. 왜 야당에 끌려가느냐는 것이었다. 주호영은, 자기 생각도 국정조사 반대에 가까웠는데 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고 싶지 않아도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이 '정치'이고 민주주의다. 그가 한 일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여의도에 상생, 협력의 '정치'가 사라진 지 오랜 터라 주호영이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이루어 낸 정치적 성과가 빛나 보인다.

주호영의 판단은 대통령과 여당을 위해서도 좋았다. 10·29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뜻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강했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참혹한 일을 겪고도 국회가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을 어찌 국민의 대표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주호영의 국정조사 합의에 반발한 대통령실 비서와 윤핵관의 생각은 민심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었다.

주호영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이 '대통령실의 뜻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원내 전략을 정한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그래서 국정조사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어떤 참모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였고, 친윤계 의원들은 처음부터 국정조사 반대 당론 만들기에 앞장을 섰다.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도 윤핵관이라 불리는 국회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을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주호영이 겪었을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하면서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고 한다. 이로써 국정조사 합의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으로서는 괜찮은 일이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은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가 앞으로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비롯한 당내 강경파를 잘 아우르고 민주당을 성실하게 설득하여 '정치'를 복원하는 일은 결코 수월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누가 선행 원인을 제공했는가는 알 수 없으나 적대적 충돌을 통한 상호 의존을 계속하고 있다. 적대적 상호 의존 관계에서는 '정치'란 없다. 대결과 배제, 혐오와 차별이 있을 뿐이다. 윤 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 여의도 분위기가 그랬다. 윤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를 지지해 주었다고 하지만 그것의 실체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왜냐하면 '정치' 실종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대통령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에 누구보다 소통과 협치를 잘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달라졌다. 그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나 야당에 전하는 메시지나 언론에 보여 준 자세는 정말 문제가 있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와 같은 문제를 대통령에게 얘기해 주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귀는 강경한 지지자들의 목소리에만 열려 있고 국민의힘은 그러한 대통령의 입을 쳐다보고만 있는 형국이다.

주호영이 어렵사리 이룬 10·29 참사 국정조사 합의가 이런 적대적 상호 의존 구조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그가 이룬 합의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낳기 바란다. 그리고 그 성과가 상생, 협력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 흑백 진영 논리를 바탕으로 친일-반일, 남-북, 민주-독재, 영남-호남으로 나누어져 '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서로를 증오하는 정치 부재의 상황이 오래 계속되고 있다. 소선거구제와 같은 정치제도는 이런 구조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주 원내대표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10·29 참사 국정조사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대통령실의 입장을 지지로 바꾸어 내면서 결국 국정조사를 성사시킨 뚝심으로 승자독식 체제를 넘어서는 정치개혁의 비전을 만들기 바란다. 국회의원 5선, 집권당 원내대표에게 거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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