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포항 의료폐기물소각시설 허가과정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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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동부본부장
김병구 동부본부장

경북 포항에 추진 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 반발과 함께 특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인근 경주에 대구경북 전체의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도 남을 시설이 있고, 관광지와 주민 밀집 지역이 건립 예정 부지에 인접해 있는데도 환경부가 허가를 승인해 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소각시설 건립 업체 대표와 핵심 임원의 전력 등도 이 같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주민들의 특혜 의혹 제기가 설득력을 갖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A업체는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일대 7천78㎡ 부지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시설, 일일 처리 용량 48t) 허가 승인을 받고, 포항시에 해당 시설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입안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향후 절차는 주민 의견 수렴과 포항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만 남겨 두고 있다.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의료폐기물은 모두 1만8천141t(대구 1만1천171t, 경북 7천970t). 건립 예정 부지 인근의 경주 안강 처리 시설에서만 지난해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훨씬 뛰어넘는 2만8천979t을 처리했다. 더구나 연간 1만t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경주 안강 외에도 경북 지역에 경산과 고령 등 2곳이 더 있다. 결국 경북 지역 시설은 대구경북 외에 대다수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고, 신규 시설이 들어서더라도 수도권 폐기물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지난해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총 10만5천210t인 데 반해 수도권 3개 시설의 폐기물 처리량은 5만6천479t에 불과했다. 환경부가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을 허가해 주더라도 경북이 아닌 수도권 지역의 업체에 해줘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입지 조건도 마찬가지다. 건립 예정 부지 인근에 드라마 촬영지 등 주요 관광지가 있고, 약 1㎞ 거리에 주택, 학교 등 주민들이 밀집해 있다. 이 시설로 인해 영향을 받는 주민이 4천700여 명에 이르고, 벌써 4천100여 명이 건립 반대 서명에 참여할 정도로 주민 반발이 거세다.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이 이 같은 지역 여건과 입지 조건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도 무리하게 허가를 해준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시설 건립 주체로 주민들의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해당 업체의 대표와 핵심 임원이 모두 지역 유력 정치권에 몸담았고, 한 명은 지역 일간지 임원을 겸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 봐 사업 추진 배경이 석연찮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이 뒷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의구심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와 대구환경청은 해당 시설이 인근에 환경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농산물 등 주민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은 없는지 등 입지 조건의 적정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또 지역 폐기물 생산량과 수요 등 측면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해당 시설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허가 과정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포항시도 환경부 허가 승인만을 근거로 손쉽게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입안할 게 아니라 지역 여건과 폐기물 수요, 주민 여론 등을 꼼꼼히 살핀 뒤 엄정한 심의를 거칠 것을 주문한다.

이번 청하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설치 논란은 단순히 님비현상의 하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권과 생활권이 직결된 중대 사안임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식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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