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암 판정 후 돌봐줄 사람 없어…폐지 더미 속에 누워 하루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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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실패로 아내와 이혼 후 혼자 살다가 위암·폐암 진단
생계 때문에 하나둘 주어온 폐지 팔지도 못하고 집에 쌓아둬
매일 죽과 라면으로 끼니 때우다 10kg 이상 체중 감량

올해 초 암진단을 받은 이상건(69) 씨가 돌봐주는 사람 없이 폐지 더미 사이에 누워있다. 김세연 기자.
올해 초 암진단을 받은 이상건(69) 씨가 돌봐주는 사람 없이 폐지 더미 사이에 누워있다. 김세연 기자.

대구 서구의 한 골목길에 있는 단독 주택의 2층 쪽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만큼 골동품과 폐지가 쌓여 있다. 불도 들어오지 않아 창고를 의심케 하지만, 방안 한구석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들린다. 유달리 책과 신문을 좋아했던 이상건(69) 씨지만 이제는 생계를 위해 버려진 신문들을 주워 모은다. 밥 한 끼 값을 벌기 위해 모아온 폐지들을 읽어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는 이 씨. 올해 초 암 진단을 받은 후부터는 사랑해 마지않던 활자 사이에 파묻혀 누워 있다.

◆탄광촌에서 일하다 사업 실패로 이혼하고 홀로 남아

이씨는 옥수수를 팔러 시장에 나가는 어머니와 일용직으로 일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화목했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에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어린 나이에도 심부름 등을 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성인이 된 후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같은 동네에 사는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가정이 생기자 27살의 이 씨는 돈을 벌기 위해 문경의 탄광촌에 들어가 석탄 캐는 일을 시작했다. 3년 넘게 일을 하면서 호흡기 질환이 생겼고 몸이 안 좋아지자 일을 그만뒀다.

이 씨는 인쇄물 하청업체의 사업을 시작했으나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얼마 안 가 실패했다. 가진 재산의 대부분을 날리면서 가정도 위기를 맞았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는 이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이 씨는 순순히 받아들였다. 10년 간의 결혼 생활이 하루아침에 끝났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유일한 가족인 누나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터라 세상에 홀로 남겨진 신세가 됐다.

그래도 이 씨는 배달일부터 청소부까지 일용직으로 일하며 악착 같이 버텼다. 그러나 10년 전쯤 일방통행 길에서 같은 방향으로 오던 차량이 밤길에 이 씨를 보지 못하면서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됐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부터는 허리통증이 심각해 일용직으로조차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때부터 이 씨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은 폐지를 주워 파는 것뿐이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문이나 책 등 폐지를 주워 모았다. 그 속에서 읽을 만한 신문 기사나, 책 속의 글을 읽는 것이 이 씨의 유일한 취미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사소한 즐거움 마저도 이 씨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올봄, 이 씨는 폐암과 위암 1기 판정을 받았다.

◆암 진단 후 급격한 건강 악화

이 씨는 작년부터 건강이 악화돼 소화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 거동도 불편해지면서 몸무게가 10kg 이상 빠졌다. 이상을 느낀 이 씨는 병원을 찾았고, 올해 초 암 진단을 받게 됐다. 의사는 항암 치료받기를 권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68만 원이 전부인 이 씨에게 치료비는 부담이 됐다. 월세 15만 원에 약값,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진통제 하나로 버티고 있다.

이 씨는 가스가 끊긴 집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살고 있다. 외풍이 심한 창문에 달력과 천을 덕지덕지 붙여 바람을 겨우 막고 있다. 몸이 좋지 않은 이 씨는 사계절 내내 방안에서 패딩을 입고 지낸다. 집안에는 주워 온 폐지가 널려 있지만, 거동이 힘들기 때문에 팔러 갈 수 없다. 이런 상황이 집주인 원성까지 사고 있지만 답답하기는 이 씨도 마찬가지다.

이 씨가 유일하게 외출하는 순간은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죽을 받아올 때다. 하지만 최근 건강 악화로 스스로 받아오지 못하는 순간도 많다. 이 씨는 얼마 전 같은 동네에 사는 또래 남성이 무연고 고독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폐지 더미 사이에 누워 하루를 보내다 보면 두려움과 슬픔이 이 씨를 덮쳐온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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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척추질환에 거동도 힘든데 남편 외도로 이혼 후 홀로 딸 넷 돌보는 구민아 씨에 1,979만원 전달

우울증과 척추 질환으로 거동도 힘든데 딸 넷 홀로 돌보는 구민아 (매일신문 11월 15일 자 10면) 씨에 1천979만5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원일산업 10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이병희 10만원 ▷진국성 5만원 ▷권규돈 3만원 ▷김종균 3만원 ▷이상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이진기 5천원 ▷김명숙 3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무 살에 임신 후 발달장애 둘째와 아이 넷 돌보는 한소영 씨에 2,050만원 성금

스무 살에 임신해 발달장애 둘째 아들 등 아이 넷을 돌보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소영 (매일신문 11월 22일 자 10면) 씨에 46개 단체, 162명의 독자가 2천50만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잰단 20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팔공산맥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정진호)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법무사 김태원 2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대흥당약업사(김남화)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수가성식당(최병기)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중명산업주식회사(김재홍)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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