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이왕 마실 술이면 좋은 술로…위스키·와인에 꽂힌 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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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주류 접근성 확대…진입장벽 낮아져 MZ세대 선택 늘어

위스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위스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진욱(39·대구 수성구 중동) 씨의 취미는 위스키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술자리가 끊겨 지난해 집에서 '혼술'을 즐긴 게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외국 출장을 다녀온 직장 동료에게 선물 받은 위스키 한두 병을 맛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정 씨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던 그가 술맛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위스키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병술 대신 잔술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도 찾아보게 됐다. 최근에는 직장 회식에도 자신이 평소 마음에 들어 쟁여뒀던 위스키를 한 병씩 가져가곤 한다. 콜키지를 내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술을 동료와 함께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정 씨는 "아직 대구에는 위스키바가 생소하지만, 서울에서는 20대 중후반부터 잔술로 위스키를 즐기는 게 유행인 모양"이라며 "'이왕 마실 술이면 소주보다는 풍미도 깊고 숙취도 없는 좋은 술을 즐기자'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나면서 대구에서도 3대 인기 싱글몰트 위스키인 발베니 같은 술은 대형마트에 오자마자 물량이 모두 팔려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주류문화도 바뀌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주, 맥주 등이 주류였던 술자리가 와인, 위스키 등 이른바 고급 주종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종별 언급량 변화
주종별 언급량 변화

◆와인·위스키에 꽂힌 MZ세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와인에 대한 최근 언급량은 약 112만건으로 소주의 언급량(약 113만건)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KPR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매스미디어와 SNS(트위터·인스타그램), 웹(블로그·커뮤니티) 상 빅데이터 약 155만건을 대상으로 위스키와 와인 관련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류 유형에 따라 구매 목적에 차이가 있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위스키와 와인 관련 상위 연관어를 살펴보면 위스키는 '칵테일'과 '하이볼' 제조를 위해 구매하고 와인은 '분위기'와 '선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주와 맥주, 위스키, 와인에 대한 언급량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맥주 230만2천968건 ▷소주 120만6천604건 ▷와인 101만9천296건 ▷위스키15만1천395건으로 조사됐다. 올해는 ▷맥주 163만1천670건 ▷소주 113만7천728건 ▷와인 112만5천466건 ▷위스키 43만1천275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언급량이 이전에 비해 각각 10%, 185% 이상 증가했다. 와인과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갈수록 성장하는 대구경북 위스키 매출

위스키는 실제 매출에서 유통업계와 주류업계가 주목해야 할 제품군으로 떠올랐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대구경북에서 위스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5% 뛰었다. 심지어 지난해는 2020년과 비교해 무려 64.5% 신장했다. 괄목할 성장세다. 올해 대구경북에서 와인 매출은 -1%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그전 해보다 30% 뛰었다. 반면 맥주는 올해 3% 신장에 그쳤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대구경북 점포를 기준으로 2020년 매출을 비교하면 소주보다 와인 매출이 더 많았다. 게다가 와인 안주로 즐겨 찾는 치즈는 지난해 매출이 7.5% 성장했을 정도로 다른 부분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절대적인 판매 대수가 많지 않아 유의미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와인셀러 매출도 37% 늘어났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휘겸재에서 열린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에서 정다혜 작가(왼쪽부터)가 방송인 마크 테토, 조대용 염장(전통 발을 만드는 장인)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가 지난 2년간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에 동참한 공예장인 12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휘겸재에서 열린 '발베니 메이커스 전시'에서 정다혜 작가(왼쪽부터)가 방송인 마크 테토, 조대용 염장(전통 발을 만드는 장인)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가 지난 2년간 '발베니 메이커스 캠페인'에 동참한 공예장인 12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고급 주류, 대형마트·가성비 제품 출현으로 진입 장벽 낮춰

소주와 맥주 대신 와인과 위스키에 빠진 이유는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고급 주류 판매처가 확대되고 가격대가 낮아지면서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위스키와 와인이 주류 전문 매장이 아닌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로 취급점이 확대됐다. 여기에 이마트24, CU 등 편의점을 통해 '9990원 와인', '와인 반병' 등 품목이 확대되며 가격대가 낮아진 점도 한 몫했다.

또한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주종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취향을 반영한 안주 페어링과 다양한 레시피를 제조하는 '믹솔로지(Mixology) 트렌드'가 MZ세대 소비자들이 일종의 놀이처럼 개성에 따라 주종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믹솔로지는 여러 종류의 술과 음료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다. 높은 도수의 위스키를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료와 함께 음용할 수 있어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높은 가격대와 중후한 이미지로 그동안 심리적 거리감이 있던 위스키를 보다 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레시피가 SNS 상에서 화제가 돼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SNS 상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레시피로는 얼그레이 하이볼, 레몬 하이볼 등이 있다.

또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는 "통상 위스키는 외국 여행을 갔다 오면서 면세 주류로 구입해 선물을 주고받는 술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내수가 늘어난 점이 주류 판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주류업계도 무알콜, 무설탕, 와인·위스키 등 새로운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소주와 맥주 중심이었던 사업 의존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 공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를 건립한다. 여기에 외국의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샴페인, 오렌지 와인 등 트렌드에 맞는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다양한 와인·위스키 상품을 선보이는 모델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오는 20일까지 다양한 와인과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다양한 와인·위스키 상품을 선보이는 모델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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