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45> 그림책으로 만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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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동부도서관 사서

여행 가는 날(서영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펴냄)
여행 가는 날(서영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펴냄)

학교도서관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찾아가는 여름독서교실' 프로그램 중 사서가 직접 책을 읽어주고 관련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사서로 근무하며 학교로 찾아가 직접 그림책을 읽어주고 관련 활동을 한 적은 없기에 어떻게 하나 부담도 되고,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는 어떤 그림책을 읽어줘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이니 이와 관련된 그림책으로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어린이실에서 책을 고르던 중 '여행 가는 날'이란 그림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는 "여름휴가 때 가족끼리 여행가는 내용이겠지? 여름방학과도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하며 가볍게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예상했던 것처럼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한 할아버지의 집에 어느 날 밤늦은 시각 손님이 찾아온다. 할아버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손님을 반기고, 부지런히 여행 떠날 채비를 시작한다. 달걀도 넉넉히 삶고, 묵은 때도 벗기고, 수염도 말끔히 면도도 한다. 아끼던 양복을 꺼내 입고, 장롱 밑에 모아둔 동전들도 꺼내 여비도 준비한다.

손님은 그곳은 옷도, 돈도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먼 길 떠날 할아버지 마음은 그렇지 않다. 손님은 그곳에서 할아버지의 아내가 마중 나올 거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 준다. 할아버지는 주름지고 흰머리 가득 한 자신을 아내가 알아보지 못할까 봐 걱정돼, 옛날 사진까지 꼼꼼히 챙긴다. 드디어 준비가 끝난 할아버지는 손님과 함께 먼 여행을 떠난다.

책을 모두 읽은 후에는 '내가 과연 이 책이 다루는 죽음의 모습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읽어줄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이 들었다. 죽음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잘 표현한 책이었다.

며칠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책 읽어주기 방법과 수업 진행 방식을 연습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게 되었다. 연습한 대로 감정을 넣으며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조용히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여러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이해되는 친구들은 손 들어보세요?'란 말에 아이들 손이 대부분 올라갔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책 내용을 들으며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는 친구부터, 뽀얀 안개 같은 저승사자가 너무 귀엽다는 아이 등 그림책으로 만나는 죽음을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죽음' 특히 가족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큰 슬픔이지만 그림책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떠난 가족이 여행을 가는 설렘으로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독서교실에 참가한 아이들이 그림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인생을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명희 동부도서관 사서
이명희 동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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