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고독 위로하는 한줄기 빛…쇼움갤러리, 김성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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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까지

김성호, 새벽-남산에서 본 서울, 2018, oil on canvas, 333.3x197cm.
김성호, 새벽-남산에서 본 서울, 2018, oil on canvas, 333.3x197cm.

새벽녘의 어스름한 여명, 대지를 밝히는 불들이 하나둘 켜진다. 아침을 준비하는 분주함이 더해지지만 짙은 하늘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김성호 작가의 그림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 주된 요소다. 화려하고 찬란하게 새벽을 장식하는 빛의 역동성과 분주함이 담겼다. 마치 비행기에서 땅을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는 풍경인 듯 아닌 듯, 새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작품을 보고있노라면 쓸쓸함과 고독이 강하게 느껴진다. 모두가 잠든 새벽, 깜깜한 어둠을 비추는 한줄기 빛은 그러한 아픔과 고독을 말없이 어루만져주는 위로가 된다.

"5년 전 경기도 양평에 새 작업실을 지어, 그곳에서 먹고 자며 혼자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꽤 많은 분이 '혼자서 무섭지 않냐', '외롭지 않냐', '무슨 재미로 사냐'고 말하는데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본래부터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 안에 내재된 고독, 쓸쓸함의 감성이 작품에 묻어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성호 작가가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김성호 작가가 자신의 그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특유의 그 감성은 그의 화업 초창기부터 발견된다. 1990년대 초 인물 또는 국내외 풍경을 그린 작품들 모두 어딘가 모르게 찬바람이 불어오는 듯 을씨년스럽다.

작가는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당시는 구상회화가 강하던 시기다. 전통적인 구상회화를 탈피하고자 내 나름의 소재를 찾기 시작했다"며 "그러다 우연찮게 만난 밤 풍경이 내가 그동안 갈구하던 스타일이었고, 내가 가진 감각과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에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초창기 블랙의 하늘, 오렌지색의 빛이 대부분이었던 그의 작품은 2002년 그가 대구에서 서울로 작업 터전을 옮기면서 다양한 컬러를 발한다. 서울은 좀 더 화려한 풍경을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

건물에 따라, 하늘빛에 따라, 그날의 공기에 따라 다양한 결과물을 낼 수 있었기에 그는 매순간 쉬지 않고 가나장흥아뜰리에, 제주현대미술관 레지던시 등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

"야경만 30년 넘게 그리다보니, 사실 고민도 많았습니다. 추상을 지향하는 현대미술의 움직임 속에 그림의 방향을 좀 바꿔야하나 싶기도 했죠. 결론은 나는 나대로의 길을 가되, 좀 더 현대적이고 감각적으로 구축해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앞으로 의도적인 것을 배제하고 더 단순하고 터프하게 풀어헤치는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작가는 "지금에 오니 삶의 수많은 경험을 어느 정도 충분히 했고, 지나온 것들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며 "보기에 좀 더 편안하고 부담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앞으로의 변화를 내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성호의 개인전은 12월 31일까지 쇼움갤러리(대구 동구 효신로 4)에서 열리고 있다. '또다른 하루를 열어가는 빛'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 수 십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053-745-9890.

김성호, 새벽-제주항, 2022, oil on canvas, 230x90.0cm.
김성호, 새벽-제주항, 2022, oil on canvas, 230x9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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