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백화점 본점 매각 무산…2125억 중 50억만 납부

제이에치비홀딩스 10월 31일 대금 지급 마감 시한 못 지켜
2회 지급 연기했는데 재연기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 경색…재매각 난항 전망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지난해 중순 고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전국 유일의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 본점이 지난해 중순 고별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대구 유통업계를 대표하던 대구백화점(이하 대백) 본점 건물 매각 작업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매수자 측이 대금 지급 시기를 두 차례나 연기했고, 최종 지급 마감 시한마저 넘겨서다. 이에 따라 대백은 또 다른 매수자를 찾아야 할 판이다. 대백은 1일 매각 계약 파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31일 대백에 따르면 본점 매매 계약상 매수자인 ㈜제이에이치비홀딩스 측이 이날 은행 영업 마감 시한이 넘었음에도 중도금과 잔금 등 2천75억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결국 매각 대금 완납 시점까지 대백은 총 매각 대금 2천125억원 가운데 계약금 50억원만 받은 꼴이 되면서 계약이 최종 파기됐다.

제이에이치비홀딩스의 모기업은 제이에이치비개발. 전국을 무대로 상가 업종 구성(MD), 컨설팅, 시행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주로 주상복합 시행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중도금 지급 일정을 연기했다. 그리고 대백의 동의 하에 10월 말까지 중도금과 막대금을 한꺼번에 치르기로 했는데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다. 더구나 제이에이치비홀딩스는 이 과정에서 팩스를 통해 대백 측에 내년 3월 31일까지 2천75억원을 주겠다면서 또다시 계약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백 관계자는 "10월 말까지 남은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음에도 다시 추가로 계약 변경을 요청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며 "이미 두 차례나 계약을 변경해줬다. 다시 변경해준다 해도 바꿔준 시점까지 대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계약을 종료했다"고 전했다.

대백 본점은 1969년 개점한 이래 만남의 장소, 나들이 장소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50년 넘게 동성로를 지켜온 건물. 경영 악화 등으로 인해 작년 7월부터 문을 닫아 사실상 폐점 상태였다. 대백은 매매로 확보할 자금은 재무 구조 개선과 사업 계획 추진을 위한 자금으로 쓸 예정이었다.

이제 대백은 다시 매수자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에 비춰 볼 때 재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역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데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상황에서 자금 시장도 경색됐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시행업계에서 금융권에 사업 자금을 빌리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2천억원이 넘는 물건이라 새 매수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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