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대안 '이민청' 설립 논의 시동…'사회적 거부감'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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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지난 5월 취임사에서 이민청 언급
가파른 국내인구 감소세, 해외 인재 국내생산인력으로 포용
지역사회 생산 활동 활발한 외국인 많지만 거부감은 여전

지난 2009년 베트남에서 경북으로 이민 온 김융(37) 씨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원봉사에 나선 모습. 본인 제공
지난 2009년 베트남에서 경북으로 이민 온 김융(37) 씨가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원봉사에 나선 모습. 본인 제공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대한민국 '인구절벽'이 심화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민청' 설립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법무부 등을 중심으로 설립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조직 개편이나 예산 확보는 더딘 상황이다. 외국인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전한 거부감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구경북 체류 외국인 15만명…결혼 이민자만 1만명

2009년 베트남에서 경북으로 이민 온 김융(37) 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원봉사로 지난 2년 동안 바쁜 날들을 보냈다. 통‧번역 특기를 살려 지역 다문화센터에서 통역사로 활동한 그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이해교육' 강사로도 나서며 아이들에게 베트남 문화를 적극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있다.

김융 씨는 "한국말을 몰라 많이 답답했던 나와 같은 외국인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 통역사 일에 뛰어들었다. 아이들도 '우리 엄마 진짜 멋진 사람'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한국 사회에 정착해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결혼 이민자 등 지난 2020년 11월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은 총 214만명으로 2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대구경북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 각각 대구 5만530명, 경북 9만7천953명 명으로 15만명에 육박한다.

특히 결혼 이민자 증가 추세가 드러진다. 지난 2018년 15만9천명에서 지난해 16만8천61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구경북의 결혼이민자는 대구 7천220명, 경북 3천240명 등 1만460명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국내 인구 감소세는 가파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인구 증가율이 –0.2%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평균 2.32명의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통계청은 노인 부양비 증가에 따라 국민연금이 2060년에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청 설립 필요성↑…공감대 형성은 글쎄?

국내 인구 감소와 국내 체류 외국인 급증은 자연스럽게 이민청 설립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사에서 이민청 설립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당시 한 장관은 "이민법제와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와 지역 경제에 동력이 될 수 있는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외국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민청을 신설해 생산 연령 인구로 편입할 수 있는 외국인 인재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민청 신설을 통해 외국인 이민을 촉진하고, 이미 국내에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민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고 반대 의견이 여전히 많은 점 등을 고려해 추후 추진하기로 했다.

한 장관도 이달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속도전의 문제가 아니라 정답을 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민정책 관련 법무부 예산도 오히려 줄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2023년도 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민정책 개발 관련 예산으로 전년(2022년) 대비 6천200만원 줄어든 23억7천100만원을 책정했다. 수치로는 2.5% 감소했다.

경북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중국 출신 사애홍(50) 씨가 경로당 봉사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본인 제공
경북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중국 출신 사애홍(50) 씨가 경로당 봉사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본인 제공

◆지역 소멸 위기 속 외국인들의 선한 영향력

지역 다문화 담당 복지사들은 이미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경북 등지에 정착해 생산 활동을 이어가는 외국인이 많고, 의료 등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경북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중국 출신 사애홍(50) 씨는 어느덧 프로 농사꾼이 다 됐다. 돈을 벌고자 지난 1999년 한국에 들어와 고령군의 섬유회사에서 일했지만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40대에 남편과 성주로 터전을 옮겼다. 참외 농사가 유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사애홍 씨는 남편과 밭을 일구고 농사에 적극 나섰다.

생애 첫 농사에 각종 어려움이 숱했지만 인근 지역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 실패를 거듭하던 그는 이제 지역 주민에게 오히려 농사 비법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성주에서 젊은 외국인 농사꾼으로 인기를 얻으며 어르신 봉사활동까지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애홍 씨는 "성주에 정착했을 당시 다문화센터 등 외국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없었다. 하지만 인근 한국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어느덧 안정을 찾고 농사를 크게 짓고 있다"며 "그 도움을 평생 잊지 못해 나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봉사활동에 나선다. 할머니들에게 마사지도 해주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발라드리며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몽골에서 의사였던 30대 여성 A씨도 지난 2020년 한국 배우자를 만나 대구로 왔다. 대구에서도 의사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한국에선 몽골 의사 면허가 인정되지 않았다. 한동안 구직 걱정을 하던 A씨는 경력을 활용해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몽골에서 외과의사로 일을 했기에 한국에서도 경력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컸다"며 "의사는 어렵게 됐지만 같은 의료계에 종사하며 아픈 사람을 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의 한 가족지원센터 복지사는 "최근 이민 세태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한국이 좋아 가족 전체가 이민을 오거나 공부를 위해 정착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은 후원과 봉사에 적극적이고 다문화 교육에도 활발히 참여한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 사애홍(50) 씨가 지난 5월 경북성주군가족센터에서 진행한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본인 제공
중국 출신 사애홍(50) 씨가 지난 5월 경북성주군가족센터에서 진행한 다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본인 제공

◆다문화 거부감 여전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민자에 대한 거부감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이민청 신설 논의가 있었지만 내국인 일자리를 뺏고 미등록 외국인이 많아져 범죄 등 각종 문제가 불거진다는 반발에 무산됐다.

아직까지도 다문화 수용에 대한 국민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2021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지난 2015년(53.95점,) 2018년(52.81점) 조사보다 하락했다.

특히 코로나19는 다문화 수용에 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지난 3년 동안 이주민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변화했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주민과 교류 기회가 줄어들었고 외부에 대한 개방성을 떨어뜨렸다"고 답했다.

성주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겉으로는 다문화 감수성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코로나19로 숨기고 있던 배타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외국인 근로자 확진자가 나오니 '공장 문 닫아라', '쫓아내라'는 식으로 난리가 났고 다문화 사업에 대해서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민청 설립이 소멸 위기 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는 역할을 한다며 오히려 설립을 서둘러야한다고 지적했다.

장지혁 대구참여연대 집행위원은 "지역의 경우 인구 감소가 심각해 이미 외국인 인력에 의존이 심하다. 외국인 유입은 지역 인구 감소를 방어하고 또 이민자 연령대가 대부분 30~40대라는 측면에서 한국 사회를 더 젊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민청을 통한 투명한 유입이 이뤄지면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외국인 유입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 미등록 외국인이 늘고 그만큼 지하경제가 활성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이민청이 올바른 한국 정착을 유도하는 기능까지 하려면 법무부 산하 관계기관과 동 행정복지센터까지 연결을 시켜 이민자들의 한국 정착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사전적 의미로는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여 사는 사람이다. 법적 으로는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이 없다. 법무부는 '이민자'가 법적인 용어가 아니라고 본다. 통계청은 외국인과 귀화(허가)자를 통칭해 이민자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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