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권력에 미친 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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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란 속담이 있다. 경마는 남이 탄 말의 고삐를 잡고 말을 모는 일을 일컫는다. 보다 쉬운 것으로 '말 타면 종 두고 싶다'는 속담도 있다.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음을 뜻하는 속담들이다.

욕심에 끝이 없는 것 중 대표적인 게 권력(權力)이다. 전직 민선 기초단체장으로부터 들은 일화다. 평생 민간에서 일을 하다 단체장에 취임했더니 관용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공무원이 차량 문을 열고 닫아 주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차를 타려고 했는데 공무원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아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부지불식중에 권력이 주는 단맛에 물들었다는 말이다.

권력이란 마약(痲藥)과 같다. 대통령, 국회의원,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선출 권력자들은 처음엔 권력을 휘두르는 데 조심하지만 어느새 권력에 취(醉)하고 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민이 권력을 줬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위해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일이 수두룩하다.

지금 이 나라에서 선출 권력자들이 보여주는 권력 싸움은 권력이 지닌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라가 망가지든 말든, 국민 삶이 피폐해지든 말든 볼썽사나운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몇 달째 이준석 전 대표 징계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둘러싼 분란으로 허송세월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용 정치 공세와 김건희 여사 공격에 몰두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을 둘러싼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제와 안보 위기가 닥쳐왔는데도 국정 현안이나 민생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권력에 미쳐 싸움만 하는 권력자들 모습에 국민은 부아가 치민다.

권력에 취하거나 미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권력을 잘 사용해 국민 삶이 나아질까를 고민하는 권력자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자 비극이다. 천동설은 지구를 중심으로 하늘이 움직인다, 지동설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움직인다는 학설이다. 지금 이 나라 권력자들은 '우동설'(宇動說)에 빠져 있다. 우주가 권력자인 자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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