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최상열(매일신문 만촌3동 지국장) 씨의 아버지 고 최홍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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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기울이다 아버지 이야기 나오면 눈물 날 것 같습니다"

고 최홍수 씨가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최상열 씨 제공.
고 최홍수 씨가 손자,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최상열 씨 제공.

아버지, 아버지를 보내고 첫 설날, 첫 제사, 이제는 첫 추석까지 보냈습니다. 요즘처럼 '어렵다'는 말만 나오는 시대에 아버지마저 안 계시니 정말 세상에 혼자 던져진 듯한 느낌입니다.

돌아가실 때 자식으로써 임종도 못 지켜 너무 괴로웠습니다. 나무를 베다 쓰러지시면서 요양병원에 모셨지만 그 곳의 돌봄이 소홀했던지 욕창으로 많이 고생하셨었지요.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면회조차 제대로 안 됐던 그 때,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쫓아갔지만 결국 제가 얼굴을 뵙기도 전에 숨을 거두셨었죠. 아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시지 왜 그렇게 급하기 떠나셨는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가 통장을 발견했습니다. 잔고를 확인해보니 300만원 남짓 남았더군요. 잔고를 보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다 주고 자기가 쓸 것은 단 하나도 생각하지 않으셨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저 다섯 자식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손을 벌리기만 했지 정작 저희들은 아버지에게 무엇을 해 드렸나 반성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희 자식들과 함께 여행은 커녕 맛난 것 한 번 대접을 못 해드리고 떠나가셨네요. 계속 계셔 줄 것이라 믿었나봅니다. 이렇게 훌쩍 저희 곁을 떠나가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옛말처럼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했더니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시더라'는 말이 제 이야기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평소 아버지는 엄한 모습으로 저희들을 대하셨었습니다. 아마 자식들이 비뚤어진 길로 가지 않고 잘 되라는 마음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셨을 것이라 이해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램 만큼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한 때는 신문 지국을 운영하면서 살림이 조금 나아진 적도 있었긴 했지만 그 때는 아버지의 마음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고생만 하신 아버지를 봐서라도 제가 더 잘 됐어야 하는데, 그저 먹고살기 바쁜 모습만 보여드렸습니다. 자식 덕 한 번도 못보고 돌아가신 아버지께 그저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가끔 아버지가 살던 집을 갈 때마다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낍니다. 지금 그 곳은 그저 빈 집으로 남아있습니다. 농기구와 농기계들은 녹슬어가고 있고요. 한 때 아버지가 농사일 좀 도와달라고 하면 투정도 부리고 꾀도 피우고 했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그런 것들이 모두 죄송한 마음으로 남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흩어져 사는 다섯 남매 모여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아버지 얼굴이라도 보러 오라는 핑계로 모이기도 했었는데 말입니다. '정말 아버지가 우리 집안의 기둥이셨구나'라는 점을 이렇게 느낍니다. 적어도 아버지 덕분에 다섯 남매가 아주 잘 살지는 못해도 크게 문제없이 밥벌이하고 살았음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점점 크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자식으로써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요즘 술 한 잔 하다가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길을 다니다 아버지 연배의 연세많은 어르신들을 보면 '저렇게 살아 계신게 본인에게도 자식에게도 최고의 복이겠구나'하는 생각도 합니다. 평생 고생만 하시고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에게 늘 죄송한 마음만 남습니다. 저 또한 결혼하고 부모가 된 입장에서 아버지가 저희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셨는지 조금씩 깨닫고 있습니다. 아버지, 떠나가 계신 그 곳에서는 더이상 고생하지 마시고 편하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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