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2배가 된 진실의 주둥이…영화 ‘정직한 후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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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으로 웃음 준 '정직한 후보'의 속편
전작 복사·붙여넣기로 신선함 실종…간혹 터지는 웃음서 찰진 맛 떨어져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정치인'이라는 설정은 위트 있는 콘셉트였다.

정치는 거짓과 야합이라는 것이 고정관념이 된 세태 속에서 과연 정직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을까.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15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큰 웃음소리를 듣게 했다.

재빠르게 후속 작 제작에 들어가 속편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가 이번 주 개봉했다. 이번에는 주인공 주상숙(라미란)의 고향 강원도의 도지사 자리가 주 무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주상숙은 고향인 강원도로 낙향한다.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그녀는 좌판에서 생선 손질을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우연히 바다에 빠진 차에서 청년을 구출하면서 화려하게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 그리고 손쉽게 도지사가 된다.

처음에는 올곧은 행보를 보인다.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진행 중이던 사업을 재검토하며 나름 지역민을 위해 봉사한다. 그러나 일부의 반발이 따르며 입지가 위태로워지자 주상숙은 연임에 사로잡히며 초심을 잃어버린다.

이 시리즈의 재미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진실의 주둥이'(포스터의 홍보 문구)다.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속 시원한 진실의 목소리다. 이번에는 비서인 박희철(김무열)까지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빌런인 젊은 사업가 역에 윤두준, 주상숙을 밀착 지원하는 도청 공무원 역에 서현우, 하와이에서 돌아온 시누이 역에 박진주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늙다리 정치판'을 걷어냈다. 스토리도 빠르게 진행돼 시원한 느낌이다.

주상숙은 건설사 CEO 강연준(윤두준)을 만나 주거와 세수를 한꺼번에 해결할 주상복합건설 사업을 시작하면서 과거 3선 국회의원 시절로 돌아간다. 불의와 타협하고, 지역민의 고민도 외면하고, 바다가 오염되는 문제도 나 몰라라 한다. 환경 보호 홍보를 위해 바다에 입수한 주상숙은 바다 속 쓰레기 더미에서 할머니 김옥희(나문희)의 사진을 본 후 '진실의 저주'에 걸린다.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정직한 후보2'는 '진실의 입'을 장착한 채 대통령을 독대하거나, 북한의 최고위 인사를 자극하는 등 주상숙의 대책 없는 행보에 웃음이 터지는 몇 장면이 있다. 그러나 속편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고, 제작진 또한 손 쉬운 길을 택한다.

'정직한 후보2'는 복사해서 붙여넣기 영화다. 우왕좌왕하는 주상숙에 맞장구치는 박희철, 오로지 아내 사랑의 남편 봉만식(윤경호)의 캐릭터는 전편 그대로이다. 거기에 왈왈하기가 전편 보다 더해 과장돼 보이기까지 한다.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대신, 곳곳에 구멍이 나 개연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지사가 된 후 빠르게 타락하는 주상숙의 행동은 그렇다 해도 '거짓말 못하는' 여파가 캐릭터에 머물러 버리니 마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처럼 개운하지가 않다. '거짓말 못하는 정치인'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말이다. 시트콤의 나열된 에피소드처럼 뱉어 놓을 뿐 주워 담지를 못한다.

전편의 신선함이 사라진 상태에서 동질의 캐릭터와 같은 양의 서사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그래서 간혹 터지는 웃음에서 찰진 맛이 떨어진다.

그러나 서현우의 캐릭터는 활기가 느껴진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도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했던 서현우는 주상숙이 힘들 때마다 도정의 해결사 노릇을 한다. 능청스럽고 꼼꼼하면서 빈틈없는 캐릭터로 주상숙을 농락한다. 박진주도 철없이 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시누이 캐릭터를 잘 연기해 극에 감초 맛을 선사한다.

'정직한 후보2'는 국회의원 당선에 목을 매는 후보에 집중했던 전편과 달리 부동산 투기, 개발 비리, 환경 문제에 북한까지 등장시켰다. 도지사 후보는 몇 분, 러닝타임 대부분이 도지사의 일탈이 주된 스토리라인이다.

후보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위태로운 위치다. 유권자의 선택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 그런 긴장감을 유발시키지 못한 채 도지사의 거듭되는 사고와 예상된 해결이라는 라미란의 원맨쇼에 의지한 것이 아쉽다. 속편을 대하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문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영화 '정직한 후보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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