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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가두고 물고문·폭행한 20대들…'지옥의 원룸' 무슨 일 있었나

수갑 채워 물고문, 기아 상태로 방치… 중증 흉부손상 사망

대구지법 법원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법원 전경. 매일신문 DB

친구를 원룸에 가둔 뒤 숨지게 한 20대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피해자를 기아 상태로 방치하는 등 온갖 가혹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조정환)는 특수중감금치사와 상해,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2) 씨에게 징역 5년, B(23) 씨에게 징역 6년, C(23) 씨에게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인 D(22)씨는 A씨와 3살 때부터 같은 어린이집을 다닌 소꿉친구였다. 중학교 때까지 함께 교회를 다녔고, 군대 전역 후에도 매주 2, 3회 만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피해자는 A씨를 통해 알게 된 B씨와도 자주 어울렸다. 세 사람은 지난해 7월쯤 경북 칠곡의 한 원룸을 빌려 공동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피해자의 지인이던 C씨까지 모두 네 명이 이 한 방에서 살게 됐다.

범행을 시작한 건 B씨였다. B씨는 과거 D씨가 차를 살 때 대출 연체로 20만원과 기름값 등을 대신 지급했다는 이유로 임의의 채무 60만원을 매겼다. 여기에 고스톱게임에서 졌다는 이유로 1천만원의 허위 채무를 D씨에게 부담시켰다.

B씨는 이를 빌미로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A씨와 C씨에게도 피해자의 생활을 통제하도록 역할을 주고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때리도록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피해자의 목 부위를 눌러 기절시킨 뒤 싱크대에서 물고문을 가했다. "권투 연습을 하자"면서 글러브를 끼고 돌아가며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들의 가혹 행위는 올해 들어 더욱 심해졌다. 지난 2월부터는 피해자에게 철제 수갑을 채워 감금한 뒤 기아 상태로 방치했다. 이 와중에도 폭행과 가혹행위는 계속 이어졌다.

피해자는 의식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지만 치료조차 받지 못했으며, 결국 지난 3월 19일 중증 흉부손상 등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숨졌다.

재판부는 "사망 당시 22세 청년이던 피해자는 짧은 생을 마감했을 뿐 아니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유족들도 형언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A씨는 다른 피고인들을 탓하며 행동을 합리화하는 등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 B, C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 피고인들 역시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로 일정 기간 수감생활을 통한 개선 교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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