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과주의식 축제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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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

이선희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
이선희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장

코로나19 여파로 그동안 연기·취소되었던 지역 축제들이 10월을 앞두고 3년 만에 일제히 대면 방식으로 개최되거나 개최 예정에 있다. 자칫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가 될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지역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생활양식 등에 바탕한 흥겨운 지역 축제는 지역의 고유한 공동체문화를 진작시켜 주민 간 유대 관계는 물론 화합을 지속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시·도별 지역 축제 현황에 따르면 지역 축제는 2014년 기준 555개이던 것이 2022년 현재 944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일 이상 개최된 종합적인 축제 성격을 띤 것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소규모 축제까지 합치면 축제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히 축제공화국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 축제들의 콘텐츠가 대동소이하고 지역의 독창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축제들은 대부분 민간 주도가 아닌 관 주도의 축제가 월등히 많다. 실제 2022년 개최되는 944개의 축제 중 관 주도 성격은 모두 566개로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봄이나 가을의 특정한 짧은 기간에 축제가 한꺼번에 몰려 축제 담당 공무원이나 위탁을 받은 이벤트 기획사들은 결국 시간과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축제 자체의 킬러 콘텐츠 개발보다는 다른 지역의 성공한 축제 벤치마킹에 더 관심을 둘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축제가 실질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에는 관심 없고 일회성과 소모성, 그리고 따라 하기식으로 점철되다 보니 결국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경쟁력 있는 축제를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축제 참가자 수가 축제 성공의 잣대라고 착각하거나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얼마라는 식으로 성과주의에 매몰돼 축제를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방식도 축제 방문객의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라도 전면적인 수술에 나서야 한다. 축제 대전환의 핵심은 축제의 본질에 주목하는 것이어야 한다. 축제의 본질은 지역 경제 활성화가 아니다.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거나 지역 공동체문화가 바탕이 되어 지역 주민들이 참가하고 즐기는 데 있다. 물론 축제의 경제적 측면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같은 경제적 효과가 최우선의 가치로 매겨진다면 축제가 폭발적인 매력이나 수요를 가지기는 힘들다.

지역 전통을 찾기 어렵거나 공동체문화가 희박한 지역은 축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독창적인 지역 문화 창조로 얼마든지 진짜 축제를 만들 수 있다. 미국 네바다사막의 버닝맨 페스티벌, 캐나다 온타리오주 셰익스피어 연극축제 등과 같이 말이다. 처음에는 규모가 작아도 지역의 정신과 문화를 고양시킬 수 있으면 족하다. 그 후에 축제의 전문화와 적극적인 마케팅 등으로 지역 공동체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된다면 축제가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관 주도가 아니라 주민 주도로 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축제의 기획과 운영 과정 및 사후평가 등이 민간 조직에서 운용되고 행정은 다만 뒤에서 자문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지역 주민이 축제의 생산자로서 축제를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으며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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