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감각을 열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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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어르신들 말씀이 딱 맞다. 이것도 재능인가 싶던 게 전문 영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먹방 유튜버'가 그중 하나다. 명절 특집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먹성을 뽐내는 정도인 줄 알았더니 세상이 바뀌었다. 홈쇼핑 광고 시장이 펼쳐지고, 유튜브 세상이 열리자 '복스럽게 먹는다'는 덕담에 그치지 않고 든든한 밥줄이 된 것이다.

과거에는 낮잡아 보던 것들을 귀하게 대접하는 경우는 더러 있다. 조선시대 발골 기술자는 누구나 천시하던 백정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유명 연예인이 분명하지만 유랑하며 노래하고 춤추던 이들을 역마살이 끼었다고 발아래로 보는 걸 당연시했다.

사실 이들의 재능이 전문화됐다기보다 재능을 알아채는 수용자의 감각 확장에 가깝다. 성인문해교실에 참가한 할머니들의 시를 모은 '시가 뭐고?'라는 시집에서 상징이나 은유 등 통상의 시적 기법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온갖 미사여구로도 전하기 힘들다는 진심을 할머니들은 실었다. 살아온 역정과 삶의 궤적이 꾹꾹 눌린 연필심에서 나왔다. 곡진한 사연들이 삐뚤빼뚤한 글씨에 응축됐다. 미처 몰랐던 감각을 자극해 준 작품들이었다.

예천에 있는 신풍미술관 전시물도 닮은꼴이다. 할머니들께 '화백'이라는 예칭을 안긴 건 도화지에 그려낸 일상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은 등단이나 입선 등 권위에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관람객 절대다수는 눈물 버튼이 눌렸는지 그림 앞에서, 눈물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철철 운다.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인 건 작품을 대하는 관람객 스스로의 관심 어린 시선이었다.

대구섬유박물관이 자폐 청소년의 그림 '꽃과 함께 행복한 얼룩말' 등에 저작권 사용료를 주고 그림을 이용한 쿠션과 담요 등을 만든다고 한다. 정규 입시 미술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색채감과 창조성 덕분이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의 이면에는 자폐 장애인들의 몸부림이 있고, 그런 움직임에 주목한 시선이 상품으로 손짓한다. 감각을 열어 드릴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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