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지식재산의 합리적 보호

김명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고문

김명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고문
김명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고문

변호사가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인으로 선임되어 있는 사건에 있어서 사건 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를 추가로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 5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변리사는 언제나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출석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법사위원회의 기능은 무엇이고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국회법에 따르면 해당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법사위원회는 법체계와 자구의 심사만을 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이 기회를 이용하여 변호사의 이익에 반하는 법안은 심의도 하지 않은 채 회기를 만료시켜 폐기시켜 왔다. 그리하여 2021년 9월에 국회법 제86조 제5항을 신설해 '법사위원회는 회부된 법안의 체계와 자구의 심사 범위를 벗어나 심사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강행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또한 국회법 제32조의 4와 동조의 5에 따라 의원이 소속 위원회의 안건 심사 시 이해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소속 위원회 위원장에게 그 안건에 대한 표결 및 발언의 회피를 신청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2021년 5월에 신설되었다. 그렇다면 변호사 법사위원들은 특허침해소송의 대리인 자격에 관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심의할 때에는 이해가 충돌되므로 심의를 회피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하여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기술사회, 벤처기업협회 등을 비롯해 특허침해소송을 경험한 대다수의 기업은 국회 통과를 염원하고 있으며, 영국과 유럽연합 27개국, 일본 및 중국이 이미 변리사에게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보다 더욱 보수적인 일본도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2년부터 변리사에게 변호사와 함께 특허소송대리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변호사가 단독으로 대리할 때보다 평균 10개월의 소송 기일이 단축되었다고 한다.

현재 특허침해소송은 변호사, 변리사가 함께 일하고 있는 대형 로펌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소송비용이 비싼 실정이나,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소 로펌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오히려 소송비용이 저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전 세계 63개국의 지식재산정책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국민총생산액 대비 연구비 투자가 2위이고 특허출원건수가 4위이나,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는 37위라고 평가된 점은 뼈아픈 일이다.

MP3 플레이어는 1997년에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특허를 받았으나, 경영 부실로 미국 회사에 특허권이 양도되어 버렸는데, 이 특허권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었다면 세계 음원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삼성과 애플이 양사의 사활을 걸고 전 세계에 걸쳐 핸드폰에 관한 특허침해소송을 진행할 때, 법률과 기술적 쟁점을 동시에 다루기 위하여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대리하였다. 기저귀 특허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변호사와 판사가 기술내용을 잘 몰라서 무려 11년 8개월이나 소요된 폐단을 시정하기 위하여 특허침해소송의 관할 법원을 집중시켰던 사실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재산이 곧 국가경쟁력임을 감안하여 볼 때, 변리사의 선택적 특허침해소송 대리 문제를 이제 더이상 변호사, 변리사의 직역 갈등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첨단기술이 날로 안보화되어 가고 있는 치열한 국제 특허전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익과 공정을 위하여 변호사 법사위원들이 이번만은 변리사법 개정안을 꼭 통과시켜 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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