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가 깨질 걸 보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
경주시 건천읍 송선리의 김모(77) 씨는 지난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간 마당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마당에 현금을 묻어뒀던 항아리가 범람한 물에 쓸려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수년 전부터 농·특산물을 판매한 돈을 틈틈이 5만원권 지폐로 교환해 집 마당에 묻어둔 항아리에 넣었다. 그 금액만 6천500만원.
김 씨는 "은행 가기가 번거롭고해서 필요할 때 꺼내 쓰기도 편해 현금을 마당에 묻어놨다"고 말했다.
6일 오전 태풍으로 폭우가 쏟아져 인접한 법천사 계곡물과 송선천이 범람했고 김 씨 주택으로 흘러들어 마당은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항아리도 깨져 넣어뒀던 현금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김 씨는 이날 늦은 오후 마당에 물이 빠진 후 진흙탕 속을 삽으로 퍼고, 손으로 더듬어 겨우 현금 500만원을 찾았다.
낙담하고 있던 차에 김 씨는 8일 수해복구 작업에 나선 포그레인 기사에게 부탁했고, 포크레인으로 마당을 뒤덮은 토사를 조심스레 긁으며 현금을 찾았고, 추가로 4천5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수해 복구를 돕던 남정해 경북도의회 팀장은 "크게 낙담했던 할아버지가 돈을 되찾자 너무 좋아 하셨고 이웃들도 모두 축하해 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나머지 돈은 물에 쓸려 사라졌거나, 토사 등에 묻혀 있어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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