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매각, 실현가능성과 남은 과제는?

주차장 지하화 시 6만8천㎡ 면적 충분, 녹지 및 시민공간 축소는 불가피
랜드마크급 상업시설 유치 가능성 물음표, 주상복합건물 가능성도 열려 있어
교통체증도 가중 우려, 달서구 중심 부지 매각 비판론 일어

5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권오환 도시주택국장이 '신청사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는 청사 이전 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신청사 건립 및 채무상환, 사업예산을 충당한다고 밝혔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5일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권오환 도시주택국장이 '신청사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는 청사 이전 예정지인 옛 두류정수장 부지 일부를 매각해 신청사 건립 및 채무상환, 사업예산을 충당한다고 밝혔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시가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예정지인 두류정수장 부지 절반 이상을 매각해 건립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5일 내놓은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적절성 등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녹지 및 시민공간 축소, 교통체증 가중 문제 등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가운데 대구시는 신청사 조기 건립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매각해도 공간은 충분"

대구시는 두류정수장 부지 15만8천㎡ 중 9만㎡를 팔고 남는 6만8천㎡의 면적으로도 신청사 건립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현 대구시청 동인청사 부지 면적이 1만2천㎡이고, 산격청사 면적이 14만㎡이지만 실사용 면적은 7만㎡ 선이다. 신청사의 경우 주차장 대부분을 지하에 조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간이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매각 대상인 부지가 북편에 위치해 있어 두류공원을 바라보고 남향으로 짓는 시청사의 조망권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부지 절반 이상을 매각하면서 앞서 대구시가 구상했던 공원 및 녹지공간 조성이나 서울시청의 '시민청'과 유사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은 축소되거나 백지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초 정수장 부지의 역사성을 살리는 도시재생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긴 했다. 녹지공간 조성을 비롯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재정여건을 감안해야 한다. 또 시청 앞에 두류공원, 상업시설이 모두 연계되면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달서구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으로부터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방안을 보고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달서구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건물 옥상에서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으로부터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 방안을 보고 받고 있다. 대구시 제공

◆상업시설 들어올까

대구시는 매각 대상부지의 필지를 나누지 않고 통으로 매각해 대구를 상징할 수 있는 '랜드마크'라 할 만한 상업시설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역 내 상업시설용지 수요가 크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또 '랜드마크' 수준의 대형 상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대구시내 중심가에 있던 기존 호텔이나 쇼핑몰마저 수요부진이나 온라인 채널 성장 등 유통구조 변화 등으로 문을 닫는 가운데 지역 부동산 경기마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곳에 주상복합시설이 들어서는 결과를 낳지 않겠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구시는 다만 죽전네거리 일원에 대형 호텔이나 쇼핑몰이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2020년 대구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하며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아파트의 주거용 용적률 제한치를 일반상업지역은 430% 이하로 제한했다. 주상복합 건물의 사업성이 특히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며 "시청사 일대가 대구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호텔이나 상업시설 유치 필요성이 크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교통체증 우려, 부지매각 비판론

역으로 기존 대구시청 건립계획만으로도 교통체증이 우려되던 곳에 '랜드마크 상업시설'이 들어설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대구도시철도 2호선 감삼역과 가까운 부지 북편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도시철도 접근성도 다소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이미 진입도로 확장안을 구상해뒀고, 시청으로 들어오는 주 진입로는 야외음악당로로 설정돼 있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다는 설명이다.

부지 매각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가 부채 축소를 위해 미래 활용가치가 더 큰 땅을 놓고 무리하게 매각을 밀어부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성서행정타운, 칠곡행정타운 등 시유재산 매각 계획이 번번이 무산된 가운데 고육지책에 가깝단 얘기다.

김해철 달서구의회 의장은 "동인청사 매각, 성서행정타운 부지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다가 일련의 소통 과정 없이 두류정수장 부지 매각으로 정해졌다. 일관성이 아쉽고 시민들도 대구시 대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구시가 부채 절감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정책을 끼워 맞춰 나간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부지 전체를 공공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사회적 합의였다는 생각이다. 신청사의 위상이 어떻게 될 지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청사 건립에 따른 부채 문제를 시에서는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숙원사업인 신청사 건립을 적시에 추진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