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횡재세’(橫災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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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한글로 같은 단어가 한자어로는 전혀 다른 반대의 의미를 갖는 것이 있다. '횡재'가 대표적이다. 횡재(橫財)는 뜻밖의 재물을 얻은 상황 또는 그 재물을 일컫는다. 횡재(橫財)에는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시기·질투 등이 따르기 마련이다. 반면에 횡재(橫災)는 뜻밖의 재난을 당함, 또는 그 재난을 말한다. 대다수 서민들이나 공동체의 횡재(橫災)가 누군가의 횡재(橫財)로 이어진다면 단순한 부러움이나 시기·질투를 넘어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이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석유·가스 회사들이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공동체들의 등 뒤에서 이번 에너지 위기로부터 기록적인 이익을 챙기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면서 "모든 나라 정부는 이러한 초과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겨 그 재원을 어려운 시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최대 석유 기업 엑슨모빌은 사상 최대 규모인 23조2천억 원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S&P500에서 실적 좋은 상위 10개 업체는 셰브론, 셸, 토탈에너지 등 모두 에너지 기업이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우리나라 대표적 에너지 기업도 국가적 횡재(橫災) 속에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대 최고치의 '조' 단위 횡재(橫財)를 맞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에 "국내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만큼 횡재세 도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정유사와 은행의 초과 이득에 대해 50%의 법인세를 부과하는 한국판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동체의 고통을 횡재(橫財) 수단으로 삼는 것은 부도덕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듣기 좋고 그럴싸해 보인다. 그렇다면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에서 수조 원의 적자를 보면 우리 공동체는 정유사의 그 적자를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의문이 생긴다. 불과 2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남의 횡재(橫財)를 빼앗아 횡재(橫財) 하려는 공동체적 접근은 또 다른 공동체적 횡재(橫災)를 초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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