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준석의 양두구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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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중국 여행을 하다가 음식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 귀한 손님이 왔다며 6개월도 채 안 된 어린 양의 머리를 요리해서 반으로 잘라 내놓았다. 충격을 받았으나 그 요리가 그 지방을 대표하는 최고의 요리라는 말에 놀란 티를 내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유럽의 뒷골목에서 가죽을 벗긴 양머리를 내걸고 양고기를 파는 가게 풍경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개고기 식용문화에 익숙했었지만 붉은 피가 감도는 양머리를 매단 가게는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양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가게가 있었던 모양이다.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에게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가 유래된 것을 보면 그렇다. 고사에서 개고기는 양고기에 비해 값싸고 천한 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13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기자회견 핵심은 '양두구육'이었다. 그는 지난달 불거진 권성동 원내대표의 내부 총질 문자 파동에 대해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 개고기 받아 와서 판다"고 꼬집으면서 '양두구육론'을 처음 제기했다. 이어 비대위 체제 시동을 걸자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구두구육'(狗頭狗肉)론으로 비아냥댔다.

'양두구육'을 인용한 그의 비난은 13일 절정에 이르렀다.

"일련의 상황을 보고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

그의 언급은 '양두구육'에 대한 자괴감을 표현한 것이라지만 전직 당 대표로서 선을 넘었다. 대선 당시 야당 대표인 그가 대선에서 앞장서 판 것이 '양고기가 아니라 개고기를 양고기라고 속여서 팔았다'는 허위 양심선언으로 들렸다. 그렇다면 그가 두 차례나 몽니를 부리면서까지 제동을 걸기도 한 윤석열 대통령은 양고기가 아니라 개고기였는데도, 양고기인 양 속여 팔았다는 자기 고백인가?

아무리 성 상납 무마 의혹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신과 당이 지지한 대선후보이자 당선된 대통령을 '개고기'라며 양두구육이라 비난하는 건 금도(禁度)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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