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기업들 수출 선박 못 구해 발만 동동…이유는?

  • 0

선박 없어 수출 포기하거나 계약 취소되기도…납기일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선복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경쟁 사라지고 과점된 선박업계도 원인”
선박 수출입 비중 99%로 압도적…지역기업-선사-지원기관 힘 합쳐 선복난 해결 도전

경북 포항 신항에서 화물이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제공
경북 포항 신항에서 화물이 선적을 기다리는 모습.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제공

#대구 달서구 한 절삭공구업체는 최근 독일에서 장비를 수입하려다 배를 구하지 못해 몇 배의 비용을 더 들여 비행기로 들여왔다. 이 업체 대표는 "선박 물류비용이 2~3배 오른 데다 배를 부킹(예약)하고 싶어도 컨테이너 수급이 안 된다"며 "장비는 들여와야 하는데 물류가 막혀있으니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항공편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달서구 한 식품업체는 배를 구하지 못해 목표량의 절반밖에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는 한 달에 컨테이너 150개 물량을 수출하는 것이지만, 물류난으로 80개 정도밖에 쳐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물류계약을 하고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인력낭비가 심하다"며 "국내 경제가 수출 중심인 만큼 국가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 경산 자동차부품업체는 올해 뉴질랜드 한 업체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배를 보내기도 전에 운송료가 계약 때보다 2배 올라 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호주에 수출할 때도 배편을 구하지 못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다. 이 업체 대표는 "배가 없어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고, 업체끼리 운임료 지불과 관련한 갈등마저 생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구경북 기업들이 계속되는 선복난 탓에 수출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선복난은 항만 적체로 화물을 적재할 컨테이너와 선박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HRCI(컨테이너선 운임지수)는 지난 3일 기준 5천170으로 1년 전(4천191)보다 23% 증가했다. 지난 3월 23일에는 HRCI 지수가 5천822까지 치솟기도 했다. HRCI가 높아질수록 컨테이너선에 물건을 싣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의미다.

◆대구경북 기업들 선복난 직면…대기 길게는 한 달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이하 무협 대경본부)에 따르면 과거에는 선박을 예약할 때 즉시 잡을 수 있었다면, 지금은 대기 기간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금액 기준으로 대구 기업들이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중국(16억6천만달러)과 미국(10억5천만달러)이 압도적인 규모였고, 일본(2억900만달러), 베트남(2억7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경북 기업들의 수출 대상국 상위권 역시 중국(71억5천만달러)과 미국(31억9천만달러)이 1, 2위였다. 이어 베트남(15억7천만달러), 일본(14억2천만달러) 순이었다.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은 대부분이 배편을 이용하고 있다. 실제 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량 기준 비중은 해운이 99.5%였고 항공은 0.4%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선박 운임이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선사들이 선박과 컨테이너 공급을 줄이고 중국이 선박을 싹쓸이하며 어려움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무협 대경본부 관계자는 "선박 운임이 조금 떨어지며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글로벌 선박회사들이 컨테이너선 공급을 줄여 운임을 유지하는 전략을 쓰면서 과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최근 락다운을 해제하면서 선박회사들이 중국의 물량만 받아 한국을 들리지 않고 곧장 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은 선박계약을 할 때 운임을 부르는 대로 쳐주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하다"고 했다.

부산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출항을 기다리는 모습.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제공
부산 신항에서 컨테이너선이 출항을 기다리는 모습.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제공

◆선복난 단기간 해소 난망…장기운송계약 통해 활로 모색

문제는 지금의 선복난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선복난의 원인이 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차질, 선박회사의 담합 등이 얽혀 있어 단기간에 풀기 어려운 구조여서다.

지역 물류업계 관계자는 "선복난이 지금처럼 심화된 것은 코로나 때문도 있지만 선박회사의 담합 영향도 크다"며 "최근 국내 선박회사가 줄어들고 남은 메이저 회사들이 서로 연합해 운임을 정해놓고 있다. 예전에는 운임이 높아지면 새로운 배가 들어오기도 했으나 지금은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과점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상황을 두고 볼 수만 없었던 대구경북 기업들과 지원기관은 선복난 해결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무협 대경본부가 중심이 돼 대구시와 경북수출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장기운송계약을 통해 활로를 찾기로 했다. 협약에는 다목적선사 케이로지㈜가 참여해 선복난 해소를 돕기로 했다.

케이로지는 대구경북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모아 대기업 수준으로 물량 규모를 키우고, 이렇게 형성된 협상력을 바탕으로 선사들과 연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수출 물꼬를 틔울 작정이다. 급한 경우 케이로지가 자체 보유한 선박을 지역기업 수출에 활용할 수도 있다.

허문구 케이로지 대표는 "단위 기업이 선박을 예약하려면 보통 대기업보다 2배 수준의 운임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번 협약으로 중소기업도 우대운임과 우대서비스로 계약을 맺어 손해를 줄이고, 선복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