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우영우와 대한민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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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한 장면.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이야기라는 설정과 플롯이 흥미롭다. 재판과 법률 용어, 실화를 기반으로 한 판례 등 디테일도 수준급이다. 드라마에서는 우영우가 양심과 직무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나온다. 우영우는 상급자 정명석에게 "변호사가 사회정의에 기여하지는 못할망정 비겁한 짓까지 해가며 변호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에 정명석은 "변호사는 고객 권리를 보호하고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할 뿐이다. 정의는 판사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우영우·정명석 둘 다 맞는 말을 했다. 변호사도 시민으로서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선택과 행동을 해야 한다. 동시에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직무 원칙도 따라야 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우영우 같은 마음을 갖고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정의감으로 사건과 의뢰인을 본다. 하지만 일이 반복되면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사건에 감정적 이입을 무한정 할 수는 없다.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려는 인지부조화가 발동될 수 있다.

이 드라마에서 정명석은 꽤 괜찮은 변호사다. 세상 보는 시선이 반듯하고 때가 덜 묻었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변호사들이 다 우영우·정명석 같지는 않을 것이다. 변호사들에게 수임 사건은 이겨야 하는 게임일 수 있다. 자신의 법률 대리 행위가 반사회적·반공익적일 경우 "직업상 어쩔 수 없다"는 심리적 탈출구에 기댈 것이다.

이는 변호사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판사·검사도 마찬가지다. '법'은 원래 냉혹하기에 그렇다. 거기엔 인간미가 없다. '법'(法)의 원래 한자는 '灋'이다. '물(水)이 흘러간다(去)'가 아니라 '시비를 가려 뿔로 밀어 버리는 해태처럼 죄에 대해 엄벌을 내린다'는 게 본래 함의다. 극히 일부 법조인들은 '법 기술자'가 된다. 개중에는 소위 '법꾸라지' 빌런이 되기도 한다.

법조계에서만 활동하면 그나마 괜찮은데 정치까지 욕심낸다는 점이 문제다. 법조인은 지나간 사건을 놓고 승패와 시비를 가리는 직업이다. 법을 해석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직업 특성상 과거 지향적이다. '외교론'의 저자 해럴드 니컬슨은 "법률가는 외교관으로 최악의 부류에 속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외교관'을 '정치인'으로 바꿔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거대 야당 당권 유력 주자, 직전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다. 21대 국회의원 중에는 15%가 판검사, 변호사 출신이다. 이러한 법조인 과잉 대표성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법률의 언어와 정치의 언어는 다르다. 재판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직업군인 만큼 이들은 세상의 다양성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요직에도 검사 출신이 너무 많다. 집권 여당의 소위 '윤핵관'들도 검사 출신들이다. 검사들이 엘리트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검사로서 비숫한 생각을 오랜 기간 공유한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국가 주요 정책과 판단이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다.

최근 국정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한 첫째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인사' 문제를 꼽았다. 상명하복으로 평생을 살아와 대통령 '심기 경호'에 급급한 검사 출신 참모가 현 정부에 없다 할 수 있겠는가. 법학은 경세치국(經世治國)의 학문이 아니다. 정부의 인적 쇄신은 윤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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