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제개편, 사회적 합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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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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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2025년부터 만 5세로 내리겠다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학제 개편안의 갑작스러운 발표와 조기교육 문제, 방과 후 돌봄 문제 등의 이유로 교원단체, 학부모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낮추어야 한다는 당위론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현재의 초등학교 만 6세 입학과 6-3-3-4 학제는 1949년에 마련된 제도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나 큰 변화와 변혁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76년 전 정책과 제도를 계속 고집할 수만은 없다. 취학기 아동의 지적·정신적·신체적 역량이 매우 높아졌으며, 지식과 정보 또한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여 엄청나게 달라진 시대에 기존의 학제가 더 이상 생명력을 가지기는 어렵다.

교육 격차가 유아기 때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점에서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의무교육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입학 연령 조정과 6-3-3-4 학제 개편은 OECD 평균보다 높은 입직 연령의 문제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소멸 대책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5-5-3 학제를 주장하여 왔다. 이와 함께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을 통한 유아 의무교육과 평생교육 시스템의 구축 등 보완적 정책도 함께 제안하였다. 그러한 점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만 낮추는 정책이 제시되었고, 학부모·교사·유치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및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 일정이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교육부의 학제 개편에 대한 비판은 너무 설익은 정책에 대한 감정적 반응의 성격이 강하다. 반대 의견의 대부분은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에서 얼마든지 보완 수정될 수 있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면 돌봄은 누가 감당하느냐의 문제는 '초등돌봄교실' 수요를 완전하게 충족할 수 있는 인력 충원과 학부모가 마음 놓고 언제까지 맡길 수 있는 돌봄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전환 기간 중 5, 6세 동시 입학으로 인한 연령 차에 의한 교육 격차 우려와 조기교육의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초등학교 신입생의 지적·신체적 발달 정도 및 학력 차에 대한 심층적 진단과 분석 및 일대일 맞춤형 밀착지도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그런 체계적 시스템을 운영할 재원과 여력은 충분하다. 이렇게 되면 이미 문제가 되어 있는 유아 조기교육 열풍을 오히려 공교육 체제로 끌어들여 줄일 수도 있다. 일시적 학생 수 증가로 인한 대학 입시 및 취업의 어려움은 학생 수가 충격적으로 줄어들고, 직업 세계 동향을 예측할 수 없는 10여 년 후의 일이니 지금의 잣대로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입학 연령 조정과 6-3-3-4 학제 개편은 냉정하고도 차분한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의 정책에 대한 이해 조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유보통합, 유아 의무교육, 중·고등학교, 대학 학제(6-3-3-4) 전면 개편 등 통합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의 청사진 제시를 통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곧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

학제 개편 문제는 미래 100년을 위한 대책이므로 치열한 찬반 토론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해관계인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위한 교육 정책이 추진되도록 심혈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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