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2030들 잠 못드는 밤…"2월 폭락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상승한 자산시장
상반기 폭락 맞으면서 '빚투' 직장인들 비명

'코로나 불장'을 맛봤던 2030 직장인들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지난 2~3월 우크라이나 사태로 큰 손실을 겪었는데, 이후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면서 자산시장이 더 크게 꺼졌기 때문이다. 하반기라고 해서 악재가 쉽사리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자들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믿었던 미국 증시마저

"지난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폭락은 진짜 폭락이 아니었네요."

주식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직장인 조모(31) 씨는 이른바 '서학 개미'다. 미국 증시가 코로나 전성기를 맞으면서 2020~2021년 2년간 투자금(3천만원)의 2배 정도 수익을 올렸다. 이어 투자금을 늘리면 금방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은행 및 증권사 신용대출 등 4천만원을 추가로 낸 뒤 미국 증시의 3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수익률은 -40%까지 떨어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식량 등 공급망 차질이 심화되고 유가는 계속 오르면서 물가가 가파르게 뛰고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증시는 더 고꾸라졌다. 조 씨의 최근 수익률은 -60%에 이르는데, 이마저도 추가 주식 매입으로 손실률을 낮춘 것이다. 조 씨는 "증시가 급락하자 대출받은 증권사에서 추가 담보금을 요구하기 시작해왔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은행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동학 개미'의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입사원 김재연(28) 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주식을 사모으는 '반도체 덕후'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진 않아 '빚투'를 하진 않았지만, 지난 2년간 돈이 생길 때마다 반도체 기업 주식을 구매해 지금까지 총 투자금액이 1천5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한국 증시가 급격히 추락하면서 수익률이 -10%대에서 -30%대까지 떨어졌다. 김 씨는 "주식은 기다리면 오른다는 말이 있다"면서도 "막상 계좌에 마이너스 400만~500만원 찍혀 있으니까 추가 매수를 하기 무섭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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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든 미국이든 올해 상반기 증시는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폭락했다. 미국 S&P500 지수는 상반기 마지막 날(6월 30일·현지 시간) 전날보다 0.9% 하락한 3,785.38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20.6% 하락하면서 상반기 기준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다우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5.3%, 29.5% 하락했다.

코스피는 상반기 21.7% 떨어진 2,332.64로 주저앉았다. 1년 전엔 3,300도 넘었었다. 경기 침체와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이어지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27.2%(7만8천300원→5만7천원), SK하이닉스는 29.2%(12만8천500원→9만1천원) 각각 하락했다.

◆대내외 악재에 신뢰까지 잃은 가상화폐

가상화폐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자산시장에 드리운 악재에 더해 신뢰성까지 타격을 입었다. 가상화폐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상반기에 59.0% 떨어졌고 그 뒤를 달리는 이더리움은 69.4% 하락했다. 이 외 알트코인은 변동성이 더 심한 탓에 이보다 심한 하락 폭을 맞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 5월 한국산 가상화폐인 루나 코인은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99% 이상 폭락 사태를 맞기도 했다.

1천만원 정도 가상화폐에 투자한 윤모(29) 씨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부터 강력 지지한 '도지코인'에 투자금 절반을 넣었다가 낭패를 봤다고 했다. 윤 씨는 "90% 이상 손실을 봤을 것 같지만 화가 날 것 같아 직접 확인하진 않았다"며 "앱을 들여다본 게 -60%가 찍혔던 올해 초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일 서울 서초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스크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빗썸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2천600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천3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 주말 10% 넘게 빠졌지만 이날 저가 매수세 등에 힘입어 반등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서초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스크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가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빗썸에서 비트코인 시세는 2천600만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천300만원대까지 떨어지며 지난 주말 10% 넘게 빠졌지만 이날 저가 매수세 등에 힘입어 반등했다. 연합뉴스

◆'빚투'해서 산 아파트…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아파트 시장도 싸늘하다. 코로나 시기 부동산 가치가 치솟으면서, 나만 뒤처질까 하는 공포인 '포모(FOMO) 증후군'으로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2030 직장인들이 적잖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6월 넷째 주(27일 기준)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76.5)보다 0.7포인트 하락한 75.8로,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아파트 매맷값은 내려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라가자 '영끌족'은 비상에 걸렸다. 작년 말 아파트 막차에 탔다는 강모(38) 씨는 "작년 말 3% 초반대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최근 기준 4%에 근접하게 올렸다"며 "한 달에 상환해야 하는 이자만 20만원 이상 늘어나게 됐다"고 했다.

30일 국토교통부가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7개 구·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고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이날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30일 국토교통부가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7개 구·군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고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이날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오는 5일부터 수성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지만, '공급 폭탄'이 하반기에도 이어져서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잖다. 달서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구 아파트의 경우 현재 미분양이 계속 나면서 단지 4가구당 1가구는 공실이 났다고 보면 된다"며 "또 하반기와 내년·내후년에도 2만~3만 가구가 입주 물량으로 계획돼 있어, 규제가 풀렸다고 당장 선뜻 계약에 나서겠다는 매수인은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과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시장의 위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차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여파 등이 혼재되면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인플레이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런 형국에서는 자산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쯤이 돼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의 충격을 시장이 어느 정도 흡수한 뒤부터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산시장의 과열 이후 거품이 꺼져가면서 일찍이 빚을 내 투자한 2030들의 고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땀에 대한 가치'보다 일확천금만을 바라게끔 사회구조를 만든 기성세대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상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근로소득이 증가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월급으로는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며 "이런 과정에서 소위 '빚투' 등 정상적이지 않은 투자가 성행하다가 올해 큰 하락을 경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소득이 불로소득보다 우선시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구조를 바꾸는 건 청년들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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