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독고다이’ 대구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지난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지난 2일 대구 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홍준표만큼 별명 많은 정치인을 보지 못했다. 홍카콜라, 홍스트라다무스, 식사준표, 레드준표, 홍그리버드, 모래시계 검사, 홍반장, 홍감탱이, 막말준표, 나폴레홍…. 온라인 지식백과사전 나무위키의 '홍준표' 항목에 나열된 그의 별명을 세어 봤다. 대략 50개다. 개중에는 본인 마음에 드는 것도 있지만 마뜩잖은 것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별명 많은 것이 정치인으로서 손해 볼 게 없다. 대중적 관심도가 높으니까 별명도 많은 것 아닌가.

홍준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별명이 있다. '독고다이'다. 비주류 정치 여정을 걸어온 그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별명도 잘 없다. 독고다이는 '홀로 외롭게'라는 뜻의 한자어 '독고'(獨孤)와 '죽는다'라는 뜻의 영단어 '다이'(die)를 합친 말이라고 항간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짜 어원은 '특공대'(特攻隊)의 일본식 발음 '톳코우타이'(とっこうたい)라는 설이 유력하다.

원래 톳코우타이는 야쿠자들 사이에서 '혼자 다니는 싸움꾼'을 가리키는 은어다. 현실에서는 부정적 의미를 지녔지만 대중매체에서 독고다이는 제법 매력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말과 행동이 쌀쌀하고 거침없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사람을 이르는 소위 '츤데레' 기질의 소유자로 묘사되기도 한다. 적을 기습 공격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된 부대를 뜻하는 톳코우타이가 현해탄을 건너 독고다이로 이미지 변신한 셈이다.

얼마 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선거 때 별로 빚진 사람이 없다. 부채가 있는 곳은 시민들뿐이다." 정치적·이권적 카르텔에 속해 있지 않으니 소신껏 대구시정을 개혁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실, 타성에 빠진 공직사회에 충격요법을 쓰기에 그만한 인물도 없을지 모른다.

목하 대구 공직사회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직으로 가서 4년간 피신해 있고 싶다고 말하는 고위 간부도 봤다. 다음 달 1일부터 대구시 공무원들은 고생길이 시작될 수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뛰어야 시민 삶이 편해진다. 공무원들이 고되긴 해도 성취감을 느껴야 지자체가 제대로 굴러간다. 강력한 채찍과 당근이 필요한데 홍 당선인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명실상부한 대권 후보급 정치인을 대구시장으로 맞은 것도 시민으로서는 괜찮은 일이다. 삼성·현대차 등 굴지의 재벌 그룹 총수와의 만남을 어렵잖게 잡을 수 있고 장관들에게 '말발' 먹히는 거물 정치인이 시장이 되면 기업 유치와 지역 현안 해결 등에서 대구의 무게감이 사뭇 달라질 것이다.

홍 당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독선이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매사를 더 살폈으면 한다. 국회의원과 도지사, 대선 후보로서의 경륜을 쌓았다 하더라도 인간인 이상 모든 사안을 꿰뚫을 수는 없다. 광역도(경남도)와 광역시(대구시)는 기능이 많이 다르다. 광역시 행정의 총책임자로서 더 많은 비전을 확보하고 이행 계획을 구체화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일을 함께 하면서 실력이 검증된 참모는 물론이고 대구경북 인재들도 발굴해 중용하길 권한다. 귀 열어 많이 들을수록 좋다. 홍 당선인은 "제 생각만으로 시정 개혁을 밀어붙이면 독불장군이라고 할 테니, 인수위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독고다이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혹여나 대구시장직을 대권 징검다리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대구시장으로서의 성공이 먼저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대권 가도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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