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말하는대로

김한나 연극배우

김한나 연극배우
김한나 연극배우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의지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기회는 한마디 말로도 찾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어학연수를 겸해 필리핀 국제학교에서 수개월간 근무한 적이 있다. 적은 비용으로 이탈리아에 2주간 머물며 여행도 하고 유명 성악가의 레슨을 받은 일도 있다. 넉넉하지 않았던 가정 형편에 나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었다.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던 것은 내가 이런 일들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입 밖으로 말을 하고 다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 보기로 했지."

몇 년 전 한 TV 예능 프로에 나온 노래 중 일부분이다.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그저 '노래 참 좋다'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요즘 들어 가사가 가슴속에 깊이 와닿는다.

10년 넘게 해 온 직장생활에 적응 못 하고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무기력함이 나를 짓누르던 어느 해였다.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1년 동안 이것저것 많은 것을 했다. 그러다가 친구의 소개로 아마추어 여성합창단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엔 그저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을 뿐, 이 합창단이 내 인생 2막을 열어준 곳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느 날처럼 합창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지휘자 선생님이 잠깐 차 한잔하자고 하시더니 다짜고짜 "지금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지 않으냐. 눈에 간절함이 가득하다."라며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말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때 번뜩 든 생각이 '연기를 하고 싶다'였고, 그렇다고 말했더니 아직 늦지 않았다며 대학 편입을 권고하셨다.

그때 내 나이가 이미 31살이었기 때문에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할 수 있다는 응원과 격려로 편입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 이전부터 이미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연기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을 해왔었다. 하지만 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생각에 그저 말로만 내뱉었을 뿐이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있어.", "내 꿈은 이건데, 아마 불가능할 거야."라며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나는 자신 있게 얘기한다. "걱정하지 말고 원하는 게 있으면 입 밖으로 꺼내! 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사실 말을 한다고 해서 정말 모든 것이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내뱉는 말로 인해 좋은 기회 혹은 어떤 기적 같은 일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입 밖으로 말해본다.

"아, 연기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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