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어린아이에게 지시하는 슬기로운 방법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김근향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

어린아이에게 지시하는 데에도 요령이 있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 몇 가지를 살펴보자. 여기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일상적인 지시를 하는 것에 국한한다.

첫째, 아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단어를 쓰거나 긴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다. 언어 발달이 빠른 아이의 경우에도 지시는 가장 쉬운 말로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짧은 것이 좋다.

둘째, 지시하는 것을 해야 하는 이유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비합리투성이 아니던가. 게다가 아이들은 한창 뇌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머릿속에 띄워 놓고 처리할 수 있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의 용량이 작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해 주는 것이 좋다. 그 행동을 이행한 후에 즉시 이유를 설명해 준다. 그런데 대개 아이가 '그걸 왜 해야 해?'라고 말할 때의 진짜 속마음은 그것을 하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모든 일을 아이와 진지하게 100분 토론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셋째,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 중에는 "네 책상 좀 치워라"가 있다. 그런데 책상을 치우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따라서 "책상 위의 지우개 가루를 휴지통에 버려라"와 같이 지시함으로써 아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구체적이고 간결한 지시는 이행 유무를 확인하기에 좋다. 지시를 이행했을 때 칭찬을 해준다면 아이가 칭찬을 받은 행동이 무엇인지 학습하기도 쉽다. 그러면 이후에 그 행동을 할 확률도 높아진다.

넷째, 좋은 말로 하면 안 듣는다 생각하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누구인들 윽박지르고 싶고, 또 누구인들 윽박지르는 소리를 듣고 싶겠는가. 윽박지르기의 효과는 단기적일 뿐이며 서로 기분만 상한다. 최악은 뒤통수에 대고 말하는 것이다. 지시를 할 때는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주보며 말하거나 적어도 옆에 가서 말해야 한다.

다섯째, 부드럽게 말한다고 해서 "OO 좀 해 줄래?"라는 식의 청유형을 남발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표현은 물음표로 끝나지만 "OO하라"는 뜻 아닌가. 이것은 영어 'Would you~?'에 해당하는 점잖은 우회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아직 그러한 섬세한 어법을 모르는 어떤 아이의 경우에는 그냥 "싫어"라고 대답해서 부모를 당황시킬 수도 있다.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줄 생각은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청유형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를 훈육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의문형 표현이다. 흔히 아이를 혼낼 때, 격앙되어 "너 정말 그렇게 할래?"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간혹 눈치 없는 아이가 그냥 "네"라고 말한다면 순간 말문이 막히지 않겠는가.

여섯째,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미래를 가정해 지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그냥 잔소리가 되어 사라지기 쉽다.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한 번 더 다짐을 받기 위해 하는 말이지만, 좋은 의도와 달리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그 일이 벌어졌을 때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의 지시가 어떤 행동과 매치되는지 이해하기 쉽다. 에너지가 넘쳐 집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가 간혹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을 볼 때는 칭찬만 해주면 된다. 이때다 싶어 외출할 때 사람 많은 곳에서도 뛰어다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더할 필요는 없다.

어린 자녀가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하는 부모들이여! 혹시 위에서 나열한 실수 중 해당되는 것은 없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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